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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환의 시선] '증평 모녀'의 비극…복지 사각지대 여전

[전종환의 시선] '증평 모녀'의 비극…복지 사각지대 여전
입력 2018-04-09 17:34 | 수정 2018-04-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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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4년 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세 모녀가 함께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그 뒤로 '세 모녀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극적인 사건이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생활고를 겪던 40대 여성이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채 두 달 만에 발견된 겁니다.

    증평 모녀의 시신이 발견된 건 사흘 전이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 석 달째 연체되자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 4층.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까 안방에는 악취와 함께 두 사람이 숨진 채 누워 있었습니다.

    네 살배기 딸은 침대 위에 이불을 덮고 있었고, 어머니 정씨는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방 안에는 자살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약통과 약봉지, 그리고 유서 한 장만 발견됐는데요.

    유서에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고통스러운 삶을 마치고 싶다. 딸은 내가 데리고 가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오늘(9일)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이 두 모녀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실마리는, 지금 보시는 임대아파트 우편함에 있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고지서, 서너 군데 대부업체에서 보낸 독촉장, 신용카드 연체 통지 우편, 몇 달째 밀린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돈을 독촉하는 편지만 가득했습니다.

    작년 9월, 남편의 자살에 이은 친정 엄마의 사망.

    그리고 이어진 생활고가 자살의 동기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칡이나 약재를 캐 팔던 남편이 사업 실패로 수천만 원의 빚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요.

    그 후, 대부업체에 고소를 당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대부업체에 가압류당한 차를 중고차 시장에 팔면서 사기 혐의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정씨의 통화 목록입니다.

    몇 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는데, 경찰이 전화를 걸어서 연결이 된 건 정 씨의 작은아버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빚 독촉 전화였습니다.

    전기 요금은 물론이고 수도 사용량도 아예 없없고요.

    5만 원 안팎의 월세도 넉 달 넘게 못 내지 못했지만, 두 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이 넘도록 이웃은 물론, 아파트 관리실, 지자체 어느 곳도 모녀의 집을 두드리지 않았습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참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4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 관련 보도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리포트 ▶

    딸이 중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마저 다쳐 수입이 없어졌는데 작년까지 월 133만 원 이상 벌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갑자기 실직하거나 중병을 앓게 됐을 때는 '긴급 복지 지원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모녀는 신청을 하지 않았고 구청도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알 수 없었습니다.

    [송파구청 관계자]
    "전혀 노출이 안 돼 있었고 아니면 '이렇게 어려워'라고 주변에 얘기한다든가, 이분들은 전혀 그런 적이 없었다…"

    취약 계층을 찾아봐야 하는 복지 공무원들도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탓입니다.

    ◀ 앵커 ▶

    이 사건 이후에 만들어진 게 '송파 세 모녀 법'입니다.

    기초생활보장법 등을 개정해서 사회보장급여법을 만들었는데, 핵심은 전기나 수도가 끊긴 가구를 위기 가구 아니면 위험 가구로 지정을 해서 두 달에 한 번씩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한겁니다.

    증평군의 경우도 1월 87세대, 3월 35세대 등 122세대가 통보가 됐습니다.

    그런데 정씨 집은 명단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석 달 넘게 수도를 사용하지 않았고, 전기료도 연체가 됐었는데도 그렇게 됐습니다.

    먼저, 임대료 체납자 정보에서부터 정 씨는 빠져 있었습니다.

    현행법에는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체납자 정보는 곧바로 복지부에 통보되지만, 정씨처럼 민간 임대아파트에 살거나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을 넘는 경우는 거기서 제외가 됩니다.

    월세·수도비·전기요금이 석 달 이상 밀렸지만 당국은 알지 못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이런 요금이 관리비 고지서에 포함되기 때문에, 관리사무소가 알려주지 않으면 파악할 길이 없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건보료 체납을 통한 위기 가정 파악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건보료를 월 5만 원 이하로 내는 가정의 체납만 파악하기 때문에 월평균 7만 원에서 8만 원을 냈던 정씨 가족은 여기마저도 제외가 됐던 겁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했던 겁니다.

    ◀ 영상 ▶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제출해야 되는 서류도 많고 본인이 스스로 제출하기 어려운 이런 서류들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문제들이 지속이 되어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들고요. 정부에서 계속 잘못 지급된 것에 대해서 공무원들에게 추궁하고 이런 방식으로 감사를 하는 게 아니라 사각지대를 좀 잘 발굴하고 실제 지원을 하는 사람들을 좀 인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좀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앵커 ▶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말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관련 법도 개정됐고요.

    하지만 이내 관심은 멀어졌고, 사각지대는 여전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기 위한 모든 사회 구성원의 관심.

    여전히 절실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전종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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