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양효걸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시간끄는 사이, 피해자만 떠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시간끄는 사이, 피해자만 떠난다
입력 2018-03-01 20:29 | 수정 2018-03-01 21:52
재생목록
    ◀ 앵커 ▶

    MBC는 연속보도로 성폭력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을 추적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 그 후를 짚어봅니다.

    가해자인 직장 상사가 아니라 피해자인 하급 직원이 오히려 직장을 먼저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양효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한 인테리어 업체에 취업한 23살 김 모 씨.

    입사 후 첫 회식에서 끔찍한 일을 당합니다.

    회사 간부가 회식 중 술에 취한 김 씨를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겁니다.

    [김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으로 직장을 가졌는데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돼서…"

    일주일 뒤 이 간부는 "대화를 하자"며 피해자를 다시 불러 냈습니다.

    사과를 위한 자린 줄 알았지만 김씨는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경찰에 신고한 뒤 회사 대표에게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이후 이뤄진 회사의 조치는 뜻밖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조사는커녕, 충격에 빠진 김씨가 한동안 출근을 못하자 오히려 '회사를 나가라'는 압력이 들어온 겁니다.

    [김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퇴사 처리를 안 하면 자기네들이 새로운 직원을 구할 수 없다고 말을 했었는데 거의 한 네다섯 번을 계속 거절하다가…"

    그 사이 가해자는 말을 바꿨습니다.

    [김 모 씨/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저한테는 자기가 잘못한 일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었는데, (밖에는) 제가 오히려 그렇게 원해서 벌어진 일이다 라고 말을 해버리더라고요."

    김 씨는 두 번째 피해를 입고 사흘 뒤 경찰에 신고했지만, 회사가 방치한 2~3주 사이에 상황이 불리하게 뒤바뀌어 버린 겁니다.

    결국, 김 씨는 한 달 만에 스스로 사표를 냈습니다.

    이처럼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건 접수 즉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가해자들은 그 시간을 이용해 회유와 압박을 시도합니다.

    사내 성폭력의 2차 피해가 바로 이 시기, 사건 접수 초기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상균/변호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사 안에서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하는 그런 과정들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계속해서 2차 피해를 입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성희롱 피해 '주장'만 나오면 사실 확인 전이라도 즉각 인사 조치를 취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겐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워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또 독일은 조사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자가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합법적인 '작업 거부권'까지 부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 측이 시간을 끄는 사이 피해자가 오히려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지난해 한 신입사원이 사내 성폭력을 고발한 이른바 '한샘 사건'도 '꽃뱀 아니냐'는 수군거림에 피해자가 결국 한 달 만에 사표를 썼습니다.

    [최미진/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가해자가 누구고 그것이 왜 나쁜 것인지에 집중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를 궁금해 합
    니다. 그게 사실은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 되고 그 자체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16년 한 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폭력 진정 5백 56건 가운데 실제 검찰이 기소한 건 단 한 건에 불과합니다.

    반면 직장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했던 피해자들은 10명 중 7명꼴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