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정준희

1천만원 내고 컨설팅 '금수저 전형?'…불신의 학종

1천만원 내고 컨설팅 '금수저 전형?'…불신의 학종
입력 2018-03-26 20:35 | 수정 2018-03-26 21:06
재생목록
    ◀ 앵커 ▶

    오는 2022학년도, 지금 중2들이 치르게 될 때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안의 윤곽이 다음 달 드러납니다.

    MBC는 오늘(26일)부터 가장 관심이 뜨거운 학생부종합전형, 이른바 '학종'을 둘러싼 논란과 개선 방안을 짚어보겠습니다.

    현행 대학입시는 크게 수시 입학과 정시 입학으로 나뉘죠, 정시는 아시다시피 수능 성적으로 결정 되고요.

    수시는 내신성적이 절대적인 학생부 교과, 논술 그리고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주요 대학 수시에서 모집 인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전형입니다.

    학종은 내신 성적은 물론이고요 동아리와 봉사활동, 자기소개서 같은 여러 요소를 평가합니다.

    시험 점수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는다는는 목적으로 지난 2014년에 도입됐죠.

    그런데 학종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그에 대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법을 알려준다는 서울 강남의 한 컨설팅 업체.

    평범한 고교생의 학생부를 성실히 진로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탈바꿈시켜 학종으로 간호학과에 진학시켰다는 '성공담'을 자랑합니다.

    [A 컨설팅업체 강사]
    "학급에서 '건강부장'이란 직책을 만들 수 있게 해주겠다. 그거 네가 해라'라고 해서 학생이 그것을 (건강부장을) 했죠. ('건강부장'이란 직책은) 그 반밖에 없는 겁니다. 간호랑 관계된 거니까 생활기록부 내용에 충실하게 잘 넣을 수가 있다는 거죠."

    또 다른 업체에서 컨설팅을 받은 한 학생의 생활기록부를 살펴봤습니다.

    '독서활동'에 고교 2~3학년 때 읽었다고 기록된 도서 목록 20권 중 7권은 실제로는 학생이 읽지도 않은 책입니다.

    업체가 줄거리와 독후감을 정리해 주면 그대로 학교에 제출해 독서활동으로 인정받은 겁니다.

    [B 컨설팅업체 대표]
    "독서록 같은 경우는 1권당 저희들이 판매하는 게 7만 원. (입학사정관이) 면접 볼 때도 그 책의 내용을 일일이 다 체크 할 수 없기 때문에 걸러낼 수 없다고 생각이 되고요."

    과목 담당 선생님이 작성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도 학부모가 원하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교사에게 어떻게 부탁하는 게 좋은지, 말하는 방식까지 업체에서 알려줬습니다.

    [B 컨설팅업체 대표]
    "생활기록부 내용을 추가적으로 보완을 하고 싶을 때 어머님이 어떻게 대처하고 말을 해야 될지도 시나리오를 만들어주게 됩니다."

    이 학생은 실제 올해 서울 소재 명문대에 합격했습니다.

    이런 학생부 관리는 물론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이른바 '학종 컨설팅'으로 업체들이 받는 돈은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까지.

    [B 컨설팅업체 대표]
    "학종은 부르는 게 값이거든요. 연간 관리하는 것만 해도 1천만 원 부르면 부모들이 어느 정도 알아보고 오기 때문에 (돈을 냅니다.)"

    이렇다 보니 있는 집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관련 업체들도 소위 '부자 동네'인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 주변에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교 교사]
    "학부모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 되는 그런 집에서 여러 가지 학생부종합전형과 관련된 활동들을 기획하고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학종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전반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결과를 납득하기 힘든 '깜깜이 전형'이라는 것.

    교육부가 주최한 대입 개선안 토론회에서도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고교생 학부모]
    "20장씩, 30장씩 생활기록부도 쓰고 나도 노력하고 아이도 공부 엄청 열심히 하고 정말 (아이를) 괴롭혔거든요. 그랬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는 겁니다."

    [조진태/안산강서고 교사]
    "(학생부종합전형은) 예측을 못 하겠어요. 작년에 똑같은 고등학교에서 똑같은 학생이 똑같은 학교활동을 했는데도 (올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고…"

    교육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 서울의 15개 주요 대학은 전체 신입생의 43%를, 서울대는 80% 가까이를 이 학종으로 뽑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다 보니 교육계 내에서도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15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을 전체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하고, 소논문 작성이나 교내대회 등 비교과영역은 학종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자는 겁니다.

    [조희연/서울시 교육감 (지난달 6일)]
    "(학종의) 교육적 방향은 잃지 않되 공정성에 대한 요구를 충분히 충족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기초는 바로 이 '학교생활기록부'입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적게 되어 있는 걸까요.

    인적사항이 담긴 첫 장을 넘기면, 교내대회 수상경력이 나오고요, 다음 장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습니다.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흔히 앞글자를 따서, '자·동·봉·진이라고 합니다.

    교과학습발달상황에는 내신 성적과 함께, 과목별 수업태도와 성취도가 기록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 있고, 독서활동 역시 학생부에 기재됩니다.

    학종은 3년 동안 이렇게 다양한 항목들을 열심히 채워야 하는 경쟁인 셈이어서 학생부가 스무 장을 넘기는 일도 흔한데요.

    그러다 보니 입시 준비가 복잡해지고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늘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담이 커졌다는 겁니다.

    과거 학력고사나 수능처럼 한날한시의 시험으로 모든 학생을 서열화하지 않겠다는 학종의 취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교육적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부작용을 줄이고 공정성은 높이기 위한 논의를 할 시점이 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