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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박만 검은 연기…규제없이 '펑펑'

한국 선박만 검은 연기…규제없이 '펑펑'
입력 2018-04-07 20:23 | 수정 2018-04-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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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총량은 한 해 16만 천 톤 정도라고 합니다.

    이 미세먼지, 어디서 가장 많이 나올까요.

    1위는 공장의 매연, 2위는 자동차 배출가스, 3위는 바로 선박이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를 보면 선박 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7.1퍼센트를 차지하고, 초미세먼지는 무려 1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선박 배출가스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항구에 정박 중인 대형 화물선.

    굴뚝에서 검은색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정박 중에도 발전기를 돌려야 하다 보니, 선박 엔진을 계속 켜두는 겁니다.

    [이양금/주민]
    "굴뚝에서 연기 나는 것처럼 막 나오다가 확 퍼지면서 냄새 때문에 아주 죽겠죠."

    대형 여객선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커먼 색의 매연이 항만 쪽으로 계속 밀려듭니다.

    대형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는 벙커 C유.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황 함유량이 차량용 경유보다 최대 7배나 더 많지만, 별다른 규제는 없습니다.

    [경기환경공단 관계자]
    "선박은 공회전을 하는 걸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요. 대기오염 정화장치도 없어도 되는 그런 허술한 법이에요."

    컨테이너선 1척이 배출하는 황 산화물은 승용차 5천만대, 초미세먼지는 트럭 50만대와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선옥/주민]
    "연안부두 딱 들어오면 벌써 공기가 달라요. 코, 목 그래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김 모 씨/주민]
    "걸레가 허연 걸레가 꺼메…창문을 열어놓으면 여름에 바닥 닦은 거 같애, 먼지가… 매연이 그렇게 많아."

    외국 항만은 어떨까?

    미국 샌디에이고 항에 정박 중인 대형 크루즈선입니다.

    우리 항만에 정박 중인 배와 달리, 굴뚝에서 연기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대신 육상에서 공급하는 전력, 이른바 AMP를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또, 미국과 유럽 상당수 나라는 오염물질 배출규제 해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해역에선 황 함유량이 3.5%인 저품질의 연료를 쓰더라도, 자국 연안으로 들어올 땐 반드시 0.1% 이하의 고품질 연료만 쓰도록 강제합니다.

    [이언경/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예전에는 경제성장 중심으로 갔다면, 지금은 환경 중심의 미세먼지 감축 이런 데 관심을 많이 가지다 보니… "

    배출규제 해역 설정과 AMP 설치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

    이웃한 중국도 규제해역을 설정하고, AMP 설비를 3백여 곳에 갖췄습니다.

    [김세원/중국연구센터 연구원(상해)]
    "최근에 중국이 대기오염이 심해지다 보니까 중앙정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많이 걸고, 지방정부에서도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서…"

    제 뒤로 보이시는 곳은 인천항인데요.

    우리나라 항만은 사정이 어떤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화물선도, 여객선도, 정박 중에 시커먼 연기를 그대로 내뿜고 있습니다.

    배출규제해역 설정은 아직 먼 나라 얘기입니다.

    AMP 즉 육상 전력을 사용하는 대형 선박은 한 척도 없습니다.

    대형 선박에 필요한 고압용 설비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신재풍/인천항만공사 항만시설팀장]
    "대용량의 전력을 끌어 오기 위해서는 지중 전선 작업을 해야 되고,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선박용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개발했다는 전북 군산의 한 연구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자동차 배출가스저감장치처럼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에서 먼지를 걸러주는 장치입니다.

    중소형 선박용에 아파트 5층 높이의 대형 선박용 장치까지.

    예산 수십억 원을 들인 건데 실제 사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아직 관련법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남연우/한국선급 연구원]
    "자동차에 비해서 보다 보시다시피 부피가 상당히 큽니다. 아무래도 선주나 어민들의 반발이 셀 수가 있습니다. 무조건 강제적으로 달라고 하게 되면…"

    향후 5년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세운 예산 7조 2천억 원 중 선박·항만 관련 사업비는 고작 0.6%.

    외국에 비해 우리 정부가 매연 선박 대책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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