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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 가르쳐준다더니…무급 노동에 폭행

연극·무용 가르쳐준다더니…무급 노동에 폭행
입력 2018-05-04 20:23 | 수정 2018-05-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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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무료, 또는적은 비용만 받고 연극과 무용을 가르쳐주는 극단이 있습니다.

    갈 곳이 없으면 극단에서 같이 먹고 잘 수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마음 따뜻한 소식 같은데요.

    그게 아닙니다.

    꿈을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오해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저소득층이나 한부모가정 아이들의 상처를 연극으로 치유해주겠다며 출범한 극단 '키움쨍이'.

    지난 10년간 모두 80여 명의 청소년들이 예술인을 꿈꾸며 극단을 찾았습니다.

    [단원 A/2011년 '갈매기의 꿈' 공연]
    "재미있었어요. (만족한 공연이야?) 아주만족할 순 없죠."

    비영리법인으로 주로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지난 2014년 서울청소년 연극축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18살 정 모 양.

    3년 전 무용인을 꿈꾸며 키움쨍이를 처음 찾아갔습니다.

    연출자 집에서 합숙하며 열심히 배우려 했는데 정작 수업시간은 매우 적었습니다.

    [정 모 양/18세]
    "한국무용을 배운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2개월?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 수업? (그럼 뭐했어요? 하루종일?) (카페) 단체 예약 준비하거나 (연출자) 아기들 픽업하러 가고 데리고 와서 공부시키고…"

    일주일에 2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의 수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연출자가 운영하는 카페와 연출자 집에서 일하는 데 썼다는 것입니다.

    [정 모 양]
    "'내가 선생님한테 배우려면 이 모든 것들을 헌신을 해야 되고…' 이게 저한테 세뇌가 돼 있다 보니까…"

    문제의 카페를 찾아가봤습니다.

    종업원 3명이 분주하게 빵을 굽고 테이블을 정리합니다.

    모두 극단 단원입니다.

    무급이나 최저 시급보다 적은 용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김 모 씨/23살]
    "(일이 밀릴 때는) 하루종일 빵 만들기를 해요. 자정 넘기는 것은 거의 일상이고 아예 (새벽) 3시, 4시 심하면 그냥 아침 9시까지 계속 만들고…"

    미성년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노동을 시키는 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정 모 양]
    "저는 무용을 배우러 간 것인데 일을 하고 있었고 빵 만들기를 하고 있었고 무용과는 상관없는 것들을 되게 많이 하고 있었던 거예요."

    심지어는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까지 연출자에게 줘야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합니다.

    [이 모 씨/26세]
    "이번 달도 마이너스고 적자고 너희가 (이런식으로) 일하기 때문에 돈이 안 들어오는 것이고 이런 말을 하도 많이 들으니까…"

    이들이 가장 참기 힘든 건 폭언과 폭행이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키움쨍이에서 연기의 꿈을 꿨던 오모 양.

    지금도 그곳 생각을 하면 눈물이 먼저 흐릅니다.

    [오 모 씨/22세]
    "(연기) 못한다고 물병 같은 거 보이면 집어던지면서 욕도 같이 하고 뺨도 때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도 쥐어뜯고 때릴 수 있는 것은 다 맞은 것 같아요."

    [이 모 씨]
    "삼류 이런 기본적인 단어들부터 시작해서 창녀나 이런 것도 들어봤고 그런 제 수준을 깎아내리는 말을 할 때…"

    119 구급차를 부를 정도의 폭행도 있었습니다.

    [김 모 씨]
    "사랑하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라는 것을 계속 얘기를 하고 너희 때문에 내 손목이 너무 아프다. 내가 마음이 너무 아프고 영혼이 아프다."

    하지만 어떻게든 연극계에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에 극단을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 모 씨]
    "자꾸 겁을 주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연출님이 아니면 인생에 이 꿈을 이룰 길이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극단 연출자는 카페에서 일을 시킨 건 아이들 레슨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이고 집안일은 역할분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가르치는 과정에서 꿀밤 정도 준 적은 있지만 과도하게 욕설을 하거나 때린 적은 없으며 본인들이 나태해서 수업을 듣지 않았을 뿐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류 모 씨/키움쨍이 연출]
    "저는 아이들을 좀 잘 가르쳐서 희망이 되고 빛이 되는 그런 가슴으로 가르쳤어요. 그런데 이게 왜곡이 된 몇 명의 아이들은 참 가슴이 아파요."

    [정 모 양 어머니]
    "정말 치가 떨리니까 그러면서 내 앞에서는 아이의 비전을 이야기를 했고 이제 18살이에요. 과연 저 아이가 창녀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취약계층, 특히 어려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면서 각종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밝힌 선의가 실제로는 어떤 활동으로 드러나는지 감시하고 개입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몫입니다.

    MBC뉴스 오해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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