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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꼼짝도 못 해요"…'37도' 집에 갇힌 사람들

"더워서 꼼짝도 못 해요"…'37도' 집에 갇힌 사람들
입력 2018-08-06 20:20 | 수정 2018-08-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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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에어컨이 없는 집을 탈출해 시원한 곳을 찾아 떠도는 더위 피난민의 모습 보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몸이 불편해서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폭염의 고통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최유찬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 리포트 ▶

    올해 아흔 살의 김옥순 할머니.

    집 안에는 더운 바람을 내는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갑니다.

    할머니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어 대부분을 누워 지냅니다.

    "아이고 날씨가 더위가지고…."

    하루 세 시간, 복지관에서 파견 오는 요양보호사의 주된 업무는 할머니 몸을 식히는 일입니다.

    바닥에 냉매트를 깔고 수시로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아 드립니다.

    등의 욕창을 달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등에서 불이 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김옥순/90세]
    "너무 더우니까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답답해요. 등 같은 데 막 불날 것 같아…. 젊어서는 더위도 안 타고 추위도 안 탔어."

    [장금옥/요양보호사]
    "욕창이 있으신데, 날씨가 엄청 덥잖아요. 자꾸만 더 심해지시는 거에요. (이 댁에는) 에어컨이 없거든요."

    중증장애인 조 모 씨의 집, 한낮 집안 온도는 37도 찜질방이나 다름없습니다.

    근육장애로 하반신을 못 쓰는 조씨는 집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휠체어 한 번 올라타기가 쉽지 않고, 밖에 나가려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조씨는 에어컨을 찾아 돌아다니는 더위 피난민 얘기조차 부럽습니다.

    [조 모 씨/지체장애 1급]
    "한 번 외출하기도 너무 힘들고 집 안에만 있다 보니까 에어컨 같은 게 없으니까 실질적으로 더위에 노출되다 보니까 많이 무기력해지고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찜통 같은 집을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고 싶다고 조 씨는 토로했습니다.

    냉방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들이닥친 올해 폭염은 취약 계층에게 더 혹독했습니다.

    전체 온열질환자 3천 3백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천백 명이 넘고, 사망자 3명 중 1명은 저소득층이었습니다.

    '에어컨은 사치품'으로 여겨 소비세가 따로 붙던 게 불과 수년 전,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한반도의 기후 환경 속에서 이제 '냉방 복지'는 외면해선 안 되는 현실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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