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먹튀' 치과 피해자…"카드 할부금 낼 필요 없다"

◀ 앵커 ▶

대규모 할인 이벤트로 치아교정을 해주겠다며 환자 수천 명을 모집했지만, 환자들은 치료도 못 받고 돈만 떼인 사건, 서울 강남의 유명 치과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환자들이 진료비로 낸 카드 할부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김재경 기자가 자세한 내막을 설명해드립니다.

◀ 리포트 ▶

매트를 깔고 누운 사람에 베개와 침낭까지.

서울 강남의 한 치과 앞에 늘어선 대기자들, 5백만 원대 교정치료 비용을 1백만 원이나 깎아준다는 말을 믿고 치료를 시작했던 환자들입니다.

병원이 환자를 너무 많이 받는 바람에 의사가 모자랐고 정상적인 치료는 사실상 중단된 겁니다.

밤샘 줄 서기 대신 온라인 예약으로 바꿨지만,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기 일쑤입니다.

[투명치과 피해자]
"제가 예약한 날짜가 있는데 가기 바로 전날 밤 11시쯤인가 문자가 오더라고요. 진료가 불가능해서 미뤄야겠다. 강제통보인 거죠."

환자들은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치과 측은 이미 치료비를 선불로 받았습니다.

환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드 결제를 한 피해자들은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치과 측이 계약대로 치료를 하지 않은 만큼, 할부거래법상 소비자의 '항변권'을 적용한 겁니다.

카드 할부로 결제된 72억 원은 신용카드사들이 치과에서 받아내게 되고, 환자들은 이미 납부한 할부금액도 돌려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에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지난주 피해자 3천7백여 명에게 진료비를 돌려주라고 병원 측에 통보해 일시불이나 현금결제를 한 환자들도 환불받을 길이 열렸습니다.

[홍정석/공정거래위원회 과장]
"투명치과의 채무 불이행 책임을 인정함에 따라 투명치과 사건과 관련한 소비자 항변권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투명치과 원장은 재산이 거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1백억 원대로 추산되는 피해액을 회수하고 제대로 환불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MBC뉴스 김재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