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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택배 아르바이트하다 감전사…억울한 죽음의 책임은?

[소수의견] 택배 아르바이트하다 감전사…억울한 죽음의 책임은?
입력 2018-09-23 20:31 | 수정 2019-10-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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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네, 이번에는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새로 준비한 코너, <소수 의견>입니다.

    우리 주변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고, 대신 따져 묻겠습니다.

    소수의견 첫 뉴스로 지난달 택배 아르바이트 도중 숨진 대학생 김 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죽음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인지 알아봤습니다.

    곽승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택배 물류센터.

    무더위에 웃통을 벗은 남성 두 명이 청소를 위해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주위가 어수선해지고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누전에 의한 감전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사고 피해자는 대학생 김 모 군.

    김 군은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열흘 만에 숨졌습니다.

    방금 보신 것처럼 김 군은 택배 아르바이트 도중 감전사로 숨졌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지 고작 두 달밖에 안 되는 이 23살의 대학생이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또 한 명의 억울한 죽음,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김 군이 사고를 당한 장소는 컨베이어 벨트 밑부분, 누전은 바로 옆 폴대 부근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누전의 책임을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전기안전관리를 하청받은 업체는 이전에도 누전이 발생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한 반면 원청인 CJ대한통운 측은 들은 바 없다고 맞선 겁니다.

    [조남청/대전 대덕경찰서 강력계장]
    "누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를 가지고 이제 서로의 책임 공방을 벌였는데요."

    진실은 뭘까.

    경찰은 하청업체가 작성해 보고한 전기안전 점검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누전이 없는 시설은 동그라미, 조금이라도 누전이 발생한 시설에는 세모 표시가 돼 있었습니다.

    2년 전부터 말입니다.

    다시 말해 예전부터 누전이 있었고 이 같은 사실이 기록까지 돼 있던 건데 CJ대한통운 측만 이를 몰랐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었습니다.

    누전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 반드시 접지시설을 해야 하지만 CJ대한통운 측은 사고 이후에야 설치했습니다.

    누전을 막을 최후의 보루인 누전차단기 역시 없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송현일/한국전기안전공사 주임]
    "이 차단기가 누전차단기이기만 했어도… 누전차단기였으면 절대로 사람이 감전될 일도 크게 없었겠죠."

    그렇다면, 왜 고작 1만 원도 안 하는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을 걸까.

    물류업체는 컨베이어 벨트를 동시에 가동해 물류를 최대한 빠르게 더 많이 처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누전이 발생해 차단기가 작동하면 시설이 동시에 멈춥니다.

    업체로서는 손해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경찰도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작업 효율성과 수익 극대화에 치중한 나머지 시설물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 관계자뿐 아니라 CJ대한통운 법인까지 입건한 이유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분명한 사실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겁니다.

    문제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청기업에게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경찰 수사와 동시에 진행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안전 교육 미흡 등과 관련해 원청인 CJ대한통운은 6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습니다.

    인력 하청업체가 6,7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에 비하면 1/10 수준입니다.

    이유는 복잡한 하도급 계약 구조에 있습니다.

    애초 김 군은 한 인력업체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지원했지만 이곳에는 중개수수료만 냈을 뿐 근로계약은 그 위의 하청업체와 맺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군은 원청인 CJ대한통운 사업장에서 CJ대한통운의 택배업무를 하면서도 원청과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CJ대한통운 측에 안전교육 책임 의무를 법률적으로 묻기 힘든 이유입니다.

    [전수경/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노동자의 사망 자체가 사실은 범죄로 받아들여져야지 예방하려고 하는 기업의 의지도 생길 텐데 현재는 사망하는 노동자는 있지만 누가 책임져야 할지 모호하게 돼 있는 거예요."

    [故 노회찬/국회의원 (지난해 4월)]
    "이제 우리에게도 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는 법률이 필요합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영국, 호주, 캐나다의 '기업살인법'과 유사한 이 법은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 법인은 물론 경영인의 책임까지 강하게 묻습니다.

    하지만, 1년 반이 돼도록 법안 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한 사건의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살 김 모 군이 숨진 구의역 사고.

    재판 결과 하청업체 대표에게만 집행유예가 선고됐을 뿐, 원청인 서울메트로 관련자들은 무죄이거나 벌금형만 선고받았습니다.

    분노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현실.

    다수가 됐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한 이들 하청노동자들은 언제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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