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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정동훈

'불법촬영 공화국' 하루에 18건…너도나도 '불법촬영'

'불법촬영 공화국' 하루에 18건…너도나도 '불법촬영'
입력 2018-10-09 20:21 | 수정 2018-10-0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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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6577, 이 숫자는 작년 한 해 속칭 몰카, 즉 불법촬영을 하다가 붙잡혀 형사 입건된 숫자입니다.

    365로 나눠보면 하루에 18명씩 검거됐다는 얘기입니다.

    잡힌 게 이 정도인데 찍힌 사실을 몰라서 신고하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MBC는 오늘(9일)부터 불법촬영부터 유포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와 처벌의 현주소를 집중 보도합니다.

    첫 순서로, 카메라를 이용한 범죄가 얼마나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 처벌은 법 상식에 적절한지 현장취재했습니다.

    정동훈, 윤정혜 두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하루 최대 20만 명이 오가 우리나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속옷가게에서 청치마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하던 20대 남성이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힙니다.

    휴대전화에선 다른 여성 수십 명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왜 찍었느냐고 물었더니, 스트레스를 풀려고 찍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 모 씨/불법 촬영 피의자]
    "거기(청치마)에 대한 페티쉬(집착) 같은 게 있었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그런 느낌도 있고."

    찍은 사진이 더 없는지, 인터넷에 유포하지는 않았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

    [주 인/서울지하철 경찰대 경위]
    "피의자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전부 다 유포를 하기 위해서 촬영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호기심에서 또는 소장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 남성을 몇 시간 조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른바 '수위가 낮은' 사건들까지 일일이 추가 범행이나 인터넷 유포 여부를 수사할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나흘간 서울지하철 경찰대 형사들을 동행 취재해보니,

    [경찰]
    "여자한테 달라붙는 건 맞는데…"

    사건 수사보다는 하루종일 지하철역을 돌며 범인을 검거하는데 급급한 실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수위가 높은' 사건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까.

    지난 7월, 한 남성이 같은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지나가자 곧바로 뒤를 쫓기 시작합니다.

    여성이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는 사이 뒤로 바짝 다가가 치마 속을 촬영합니다.

    이 남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강남의 번화가에서 남성과 걸어가는 여성을 발견하곤 뒤를 졸졸 따라갑니다.

    여성이 뒤를 돌아보면 태연하게 지나쳐 의심을 피하며, 10분 가까이 집요하게 쫓아다닙니다.

    며칠 뒤, 이 남성은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던 여성들의 치마 속을 또 촬영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는데, 자신이 검거되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경찰]
    "차렷, 차렷!"

    이 남성이 들고 다니던 손가방입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측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가방 안에는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초고화질의 캠코더가 장착돼 있습니다.

    작정하고 준비한 겁니다.

    [임재민/서울지하철 경찰대 경위]
    "범행을 할 때 딴 사람 시선도 있으니까 시선 피해서 (촬영)하려고 만들었다고…"

    노트북에서는 여성의 신체 특정 부위를 적나라하게 촬영한 동영상 수십 건이 추가로 나왔습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똑같은 범죄로 검거된 전력이 있는데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겁니다.

    통계를 보니 실제로 불법촬영 피의자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작년에 적발된 불법촬영 사범은 6,577명,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피의자는 2%에 불과했습니다.

    자전거에 카메라를 붙여 여학생들을 몰래 찍은 대학강사는 초범이라서, 1년 넘게 버스정류장에서 여성들을 촬영한 10대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구속을 피했습니다.

    심지어 10명 중 7명은 정식 재판도 받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고 그냥 풀어준 경우가 65%로 훨씬 많았습니다.

    최근 법무부 장관이 앞으로 불법촬영 사범에 대해서는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고 대검찰청에 지시했습니다.

    현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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