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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잊지 못해"…38년간 묻힌 고통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해"…38년간 묻힌 고통
입력 2018-10-31 20:05 | 수정 2018-10-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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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피해자들은 그때의 충격과 공포를 38년 동안 응어리처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번 조사가 계엄군의 잔혹성을 추가로 확인한 것 말고도 이 피해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뒤늦게나마 알게 된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한수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5월, 5·18 당시 계엄사령부 수사관에게 성폭행당했다는 김선옥 씨의 폭로로 이번 정부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김선옥/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성폭행 당시) 공포 때문에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내가 죽을 때까지 그 (고통) 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계엄군의 성폭행을 알리려는 시도는 이미 3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1988년 광주특위 청문회 당시 피해 사례를 밝히려 했지만, 주변의 만류에 묻혔습니다.

    너무 끔찍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지현/5·18 부상자동지회 전 회장]
    "(청문회) 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그때 그 국회의원들, 그 보좌관들이 그런 질문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누가 그걸 믿겠냐."

    누구도 차마 사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1980년 5월 19일, 계엄군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은 그날 이후 정신질환을 앓게 됐습니다.

    [피해자 가족]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하고… 그 뒤로는 완전히… 지금까지도 1년에 주기적으로 1년에 한 번은 4,5월이 되면 아파요."

    끔찍한 기억만큼이나 성폭행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견고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38년 동안 쌓아온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김철홍/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조사팀장]
    "드러나면 가족에게 피해 갈까 이런 것들 때문에 드러나는 것 자체에 두려움 가지고 있고. 그래서 치유가 필요하신 분들이잖아요."

    애써 감춰둔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고백하면서 피해자들은 다시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김철홍/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조사팀장]
    "(피해당한) 생각들, 아픈 상처들이 다시 우러나고… 이런 상황이 계속 있어서 약을 다시 드시기 시작하고…"

    공동조사단은 조속한 진상 규명과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지원, 사회적 지지 분위기 조성을 앞으로의 과제로 꼽았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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