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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모던 보이'의 코끝을 스쳤던 커피 향은?

그 시절 '모던 보이'의 코끝을 스쳤던 커피 향은?
입력 2018-12-22 20:30 | 수정 2018-12-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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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은 1년 동안 512잔의 커피를 마셨고, 커피 시장 규모는 영화시장의 2배인 11조 원을 넘었습니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30여 년, 그 역사를 돌아보면 사회 변천사가 읽힐 정도라고 하는데요.

    양효경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나는 그래도 경성역을 찾아갔다. 빈 자리와 마주 앉아서 이 쓰디쓴 입맛을 거두기 위하여 무엇으로나 입가심을 하고싶었다. 커피! 좋다." - 이상 <날개>(1936)

    시인 이상이 커피를 마시러 즐겨 찾았던 옛 서울역에 커피향이 되살아났습니다.

    1925년 서울역에 문을 연 우리 나라 최초의 양식당 <그릴>은 당시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의 집합소였습니다.

    본격적인 커피문화가 시작된 이곳에서 2018년의 바리스타들이 근대 커피의 맛을 재해석했습니다.

    [김영현/'펠트커피' 공동대표]
    "(오래 전 커피들은) 쓴 맛이 위주를 이루는 그런 커피들이었는데, 약간 구수한 느낌…"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의 '카카듀'를 시작으로 '멕시코', '낙랑파라' 등 문예다방들은 화가와 문인, 영화인들의 창작 공간이었습니다.

    [신범순/서울대 국문과 교수(이상학회 회장)]
    "대개 2층은 아틀리에, 작업실, 1층은 카페. 예술적인 작업과 카페를 같이 만든 거예요."

    특히 커피 애호가였던 이상은 '제비' 다방을 차렸는데, 이곳에서 근대를 대표하는 문학단체 '구인회'가 탄생합니다.

    [신범순/서울대 국문과 교수(이상학회 회장)]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거기에 이상이 다 삽화를 그렸어요. 거기에 과테말라산, 브라질산 커피 그런 것들을 다 그렸어요. 커피에 대한 취향을 넘어서 전문가적 식견이 없으면 그런 걸 못 그리잖아요."

    한국전쟁 이후 미군보급품에서 전해진 인스턴트 커피.

    1960년대 다방은 온 국민의 사랑방이 되고, 70년대 음악다방은 젊은이들의 아지트가 됐습니다.

    가정용 인스턴트 커피와 1978년에 첫 선을 보인 커피 자판기까지…

    근대와 낭만, 문학과 예술의 상징이자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커피.

    우리의 삶에 녹아 든 그 130여 년의 기억이 흘러갑니다.

    MBC뉴스 양효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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