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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우리 땅서 태어난 아이 죽어가는데…'국적' 따지나

[소수의견] 우리 땅서 태어난 아이 죽어가는데…'국적' 따지나
입력 2018-12-31 20:12 | 수정 2019-10-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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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우리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인데요.

    부모의 국적이 불안정하다보니, 건강보험 혜택도 받기 어렵고, 사각지대 속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습니다.

    양소연 기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장례식장.

    부모를 앞서, 세상을 떠난 10살 성진(가명)이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는 시간입니다.

    [성진(가명)이 아버지]
    "너 두고 중국 간다고 해서 미안해 아빠 이제 안 갈게. 너한테 꼭 같이 있어줄 거야."

    지난해 여름 혈액 종양에 걸린 성진이는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했습니다.

    성진이 엄마 아빠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여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1억 5천만 원이 드는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입원 치료도 받을 길이 없어 성진이는 1년 넘게 외래 창구만 전전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보충해줘야 하는 혈액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성진(가명)이 아버지]
    "(병원 갈 때마다) 빨간 피 50만 원, 노란 피 50만 원. 그리고 또 진료비, 약값 포함하면 한 150만 원 정도 나와요."

    중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 왔던 성진이 아버지는 백방으로 방법을 찾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뒤늦게 본국으로 가려고 했지만 이미 중국 국적도 말소돼, 돌아갈 수도, 한국에 남을 수도 없게 된 겁니다.

    임신 8개월만에 2kg 남짓의 가녀린 몸으로 태어난 카림(가명).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호흡곤란에 따른 합병증으로 다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지만, 부모는 1주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3주간 치료를 권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온 이 부부에겐 중환자실 치료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카림(가명) 아버지]
    "(아이 병원비 들었을 때) 하늘 보고 아기 도와줄 사람 있나. 죽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난 어떻게 해야 되나."

    법무부가 파악한 미등록 이주 아동은 약 만 천여 명.

    그러나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식으로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혜택만 보려 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최소한,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부모 손에 이끌려 한국에 온 아이들의 건강권만큼은 국가가 나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탁건 변호사]
    "유엔에서도, 건강보험 만큼은 등록하도록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습니다.

    최근 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세 명 중 두 명은 이런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한국 아이들과 동일하게 보호해야 한다는데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행동은 더딥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출생등록을 위한 법안조차 국회에서 수차례 논의 끝에 무산됐고, 건강보험 혜택은 아예 논의조차 없었습니다.

    [성진(가명)이 아버지]
    "준찬이가 그랬거든요.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야. 나는 대한민국에서 살 거야."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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