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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아시스] 해외 의대 유학의 허와 실

[경제 오아시스] 해외 의대 유학의 허와 실
입력 2019-03-20 14:23 | 수정 2019-03-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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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매주 수요일, 전날 방송됐던 내용 더 깊숙이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어제 은 국내 의대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해외 의대 유학의 이면을 파헤쳤는데요, PD수첩 박건식 팀장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제 PD수첩 '의대 어디까지 가봤니', 취재를 위해 PD분들이 많은 나라들을 직접 다니셨더라구요.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미국 등 의료 선진국들이 아니라 좀 생소한 나라들이었어요.

    이런 쪽으로 많이들 가고 있습니까?

    ◀ 박건식/PD수첩 팀장 ▶

    네, 우리 나라보다 GDP 등 1인당 국민소득등에서 한국보다 낮은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헝가리, 우즈벡,키르키즈스탄 등 중앙아시아, 몽골, 중남미에 있는 그레나다 등입니다.

    특히, 중남미에 카리브해 베네수엘라 옆에 위치한 국가인데, 인구가 11만명 정도입니다.

    이들 국가의 의대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입학이 쉽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국내 의대에 진학하려면 상위 0.5%안에 들어야 가능하지만, 해외 의대는 3등급 정도여도 입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내신, 수능성적을 아예 보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 앵커 ▶

    어제 집중 보도된 나라가 바로 헝가리인데요.

    과거 구 소련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국가라서 의료 수준이나 교육 환경이 그리 높지 않다는데, 한국인 의대 유학생이 많다고 하죠.

    그런데 헝가리 의대를 나와도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건가요?

    ◀ 박건식/PD수첩 팀장 ▶

    네, 현재 헝가리 의대 4곳에 420여명 정도의 의대생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헝가리는 영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에 있는 모든 의대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의사자격증을 받으면 기본적으로 국내 의사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해외에 있는 모든 의대를 졸업하면, 국내 의사고시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구요.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의대에 한해서 가능합니다.

    이들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의사가 되려면 두 단계 관문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예비시험에 합격해야 하구요, 그 다음에 국내 의대 졸업생과 똑같이 국가 의사 시험을 봐서 합격해 합니다.

    즉,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해외 의대를 나오면, 국내 의대생과 똑같이 국내 의사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일 겁니다.

    ◀ 앵커 ▶

    입학이 비교적 쉬우니 당장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많이들 선택하는데, 문제는 졸업이 정말 어렵다는 거죠.

    현지 언어에 대한 학업 부담은 물론이고, 유급되는 확률이 아주 높아서 실제 헝가리 의대 졸업생들은 많지 않다면서요?

    ◀ 박건식/PD수첩 팀장 ▶

    헝가리 의대는 한국에서 입학할 때는 90%가 넘는 합격률을 보일 정도로 쉽다고 합니다.

    그런데, 졸업하기가 무지하게 어렵습니다.

    헝가리도 유럽시스템이다보니, 한국 학생들에겐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 학기 17과목이나 되고, 한국 학생들에겐 생소한 구술시험이 많다 보니 한국 학생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 실습가면 병원에서 환자들과 이야기해야 하니, 헝가리어도 초급정도는 익혀야 된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유급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유급을 당하는 비율은 50%가 넘고, 2학년 때 유급을 당하는 경우는 많게는 70%를 넘어선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여년간 헝가리에 수 백명의 유학생이 갔지만, 헝가리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 의사 시험에 합격한 학생은 2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정도로 유급자가 많다보니, 4~5년 다니면 될 과정을 길게는 10여년간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비용이 들고, 남자의 경우는 군대 문제가 걸립니다.

    또, 의대를 다니다가 그만 두고 현지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는 경우도 있고, 국내에 들어와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앵커 ▶

    헝가리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 99%가 후회하고 있을 거라는 유학생의 인터뷰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또 이런 일이 있죠.

    한국인 유학생들을 말그대로 '대환영'하며 특별 대우를 해준다는데, 이건 왜 그렇습니까?

    ◀ 박건식/PD수첩 팀장 ▶

    일단 우즈베키스탄은 헝가리보다 물가가 쌉니다.

    헝가리와 달리 우즈베키스탄 의대는 유급, 재적은 물론 재시험도 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 개인통역이 붙어서 수업보조를 하고, 시험을 볼 때도 통역이 있을 수가 있다고 합니다.

    입학도 거의 응시자 전원이 합격할 정도로 매우 쉽다고 합니다.

    유급이 없고, 수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유학생들 입장에선 한국의 의사시험에 전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차피 해외 의대에 유학 온 가장 큰 목적이 국내에 돌아가서 의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은 유학생들에게 최적의 장소인 셈입니다.

    우즈베기스탄 학생들은 학비가 무료입니다.

    오히려 장학금을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내는 학비는 우즈베키스탄 의대로선 중요한 재원이 됩니다.

    한국 유학생들이 돈줄이다보니, 우즈베키스탄 의대들은 경쟁적으로 한국 유학생 유치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이렇게 해외 의대 입학을 도와준다는 업체들, 이른바 유학원들의 장삿속이 지나치다.

    이렇게 학생과 학부모들이 호소하고 있는데 취재해보니 실태가 어땠습니까?

    ◀ 박건식/PD수첩 팀장 ▶

    먼저 유학원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현지 의대 졸업생의 사례를 전체 사례인 것처럼 홍보해서 학생들을 끌어 모습니다.

    헝가리 의대를 나온 학생 중에 미국과 EU에 이어 국내 의사면허를 따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친 후 의사로 활동하는 분이 있었는데, 유학원들이 엄청나게 홍보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유학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나도 헝가리만 가면 저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착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헝가리 의대가 유급생이 많은데,국내 유학원들은 이것조차 상술로 활용을 합니다.

    헝가리 의대가 유급이 많으니, 1년 정도 선행 학습을 해야 헝가리에 가서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서 선행학습반을 개설합니다.

    한달에 수백만원 내고 수업을 듣지만, 수업내용이 부실하고 막상 헝가리에 가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또, 중학생때부터 해외 의대를 준비하는 비인가 국제학교도 있습니다.

    한국사, 국어같은 정규 중학과정은 인터넷강의로 대체하고, 해외 의대 교재를 중학새때부터 가르친다고 합니다.

    문제는 엄청난 돈이 든다는 겁니다.

    이러보니, 잘 될거라는 믿음 갖고 해외 의대 유학 도전했던 학생, 학부모들이 유학원의 과장 홍보에 속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앵커 ▶

    단지 우리나라에서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따기 위해 먼 타국까지 가서 고생하는 학생들이 안타깝기도 한데요, 국내의 지나친 '의대 쏠림' 현상, 이공계 균형 발전에도 저해가 되고 있는데 대안이나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 박건식/PD수첩 팀장 ▶

    기본적으로 국내 의대입학정원이 너무 적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국내 의대 정책은 정원 감축과 동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1000명당 의사 수가 가장 적은 나라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000명당 의사수가 3.3명입니다.

    오스트리아 같은 경우는 5.1명이나 되구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1000명당 의사수가 1.9명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의사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데, 의대 정원은 동결돼서 해외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또,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라는 말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말입니다.

    의대 정원을 늘려서 국민들에 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게 의사가 되기 위해 먼길을 돌아 해외에서 고생하고 있는 유학생들의 시행착오도 줄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 앵커 ▶

    네, 지금까지 PD수첩 박건식 팀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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