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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조의명, 남형석

[로드맨] 평창올림픽, 축제가 끝난 뒤

[로드맨] 평창올림픽, 축제가 끝난 뒤
입력 2019-01-26 20:16 | 수정 2019-02-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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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가 타오르던 이곳.

    1주년을 앞둔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텅 빈 공터가 됐습니다.

    축제가 끝난 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해야 할지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모였던 올림픽플라자.

    올림픽기념관 건물만 남아있는데요.

    이렇게 자물쇠가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김태형/시민]
    "올림픽 관련된 건 대리점 같은 데에서 파는 것 만 보고요. 따로 그거(관광)에 관련된 거는 없는 것 같아요.(올림픽을 대리점에서 팔고 있나요?)아니, 옷이라든지 이런 거(아, 기념품)"

    [최남순/인근 상인]
    "(손님들이) 처음에는 많이 왔었어요. 올림픽을 했다 그러니까. 그런데 지금은 별로…없는 거 같아요. (올림픽)유산을 좀 남겼어야 하는데, 지금 남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썰매 종목에서의 우리나라 첫 금메달.

    바로 이곳에서 땄습니다.

    윤성빈 선수가 막 스타팅을 했던 곳인데요.

    원래는 사실 이게 얼음이어야 되는데…

    해외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팀과 직접 전화 연결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용/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평창)경기장을 얼리지를 못해서 아무 준비 없이 지금 훈련에 나오고 월드컵대회 참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경쟁국가에서 지금은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를 않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지금 어디서 연습하세요? 어디 놀이터 미끄럼틀 갈 수도 없잖아요.) 공식적인 대회를 통해서 연습하고 시합만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강릉으로 왔습니다.

    이 건물에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치러졌었는데요.

    지금 불이 다 꺼진 상태입니다.

    빙판 트랙이어야 되는데…그냥 맨바닥입니다.

    냉동창고로 개조하겠다는 한 업체의 제안에 이어 테니스장으로 바꾸는 방안까지 나왔지만, 여전히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용배/강원도개발공사 올림픽시설팀장]
    "슬라이딩센터는 20억 이상 있어야 되지 않을까…스피드 스케이팅(경기장)은 한 번 얼리는데 5천만 원 정도 소요되지 않을까.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일단 저희가 각 협회나 단체에다가 수요조사 문서를 보냈어요."

    [팩트맨]
    남아있는 올림픽 시설 얼마나 돈이 들지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뾰족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시설은 세 곳입니다.

    로드맨이 다녀온 슬라이딩센터와 스피드스케이팅장, 그리고 하키센터인데요.

    예상 유지비는 최대 연 80억 원.

    전문 선수용 시설들이라 큰 수익을 내기도 힘들다보니 매년 수십 억 넘는 적자가 예상됩니다.

    재정이 어려운 강원도는 중앙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재부가 유지비 계산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실랑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돈 문제 뿐 아니라, 계산기만 두드려서는 답이 안 나오는 환경, 지역발전 등의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바로 이 곳이 가리왕산에 있는 알파인 스키경기장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부터 정상까지 2천6백미터에 달하는 슬로프가 이어져 있는데요.

    이곳을 관광자원으로 남겨두느냐, 아니면 산림으로 보존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스키선수들은 세계 수준의 경기장을 없애지 말라며 호소하고 있고.

    [김동우 / 알파인스키 스스피드팀 국가대표]
    "(훈련장이 없어서)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스피드 훈련을 한 번도 지금까지 한 적이 없어요. 세계적인 선수들도 아, 이런 스키장이 없다…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군민들은 최소한 관광 자원으로라도 쓰자며, 맞서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계획대로 전면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정선군청을 찾은 산림청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재현/산림청장]
    "지금까지는 복원하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저희는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차원에서…"

    [정선군민]
    "시간 계속 끌어서 (반대)동력 다 잃어버리면 강행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산림청장]
    "의사결정을 번복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 아닙니까."

    일촉즉발이었던 이날 회의 끝에 산림청과 정선군청은 백지 상태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사회적 비용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유소년 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릉하키센터.

    [이용배/강원도개발공사 올림픽시설팀장]
    "지금 2월 말까지는 전국 동계 대회, 그 다음에 보조 경기장은 학생들의 훈련 장소로…각종 협회에 수요 조사 문서를 보내가지고 운영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익숙한 그 외침이 울려 퍼졌던 이곳, 강릉컬링센터입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이 열리고 있습니다.

    [김나윤/컬링 체험 초등학생]
    "(컬링스톤을) 밀 때 무겁긴 한데, 이게 갈 때 재밌어요."

    [박수빈/목포여자상업고 컬링부]
    "평소에 못해본 것들 약간 해보고 싶어서…(고향이 어딘데, 못해본 것들을…)하하하하."

    [백정선/목포여자상업고 컬링부]
    "맨 처음에는 올림픽보고 컬링 있는 거 접하게 됐고, 이왕 시작한 거 메달 걸고 가야되지 않겠습니까? (이야…)"

    이렇게 올림픽 시설을 다양하게 활용하게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직접 강원도지사를 만나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최문순/강원도지사]
    "지속가능하도록 해야죠.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고. 다행히 올림픽 끝나고 정산을 해보니까 돈이 남아서 재단을 만들어도 되게 됐습니다. 국회에서 (재단을) 법제화를 해서 영구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일부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텐데?) 들어갈 수도 있다. 가능하면 안 들어가도록 해야 되는데…"

    [팩트맨]
    올림픽이 끝난 뒤 개최국이 받은 성적표,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죠.

    치열한 유치경쟁 끝에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빚더미만 남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히는 일본 나가노는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대의 예산(30조)을 들여 화려한 잔치를 벌였다가, 지금도 17조 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죠.

    반대로 투자한 효과 톡톡히 거둔 곳도 있습니다.

    평창의 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토리노.

    하지만 대회를 계기로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켜 이전보다 관광객 수가 다섯 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개최 직후엔 적자 대회라는 비난을 받았죠.

    하지만 폐막 후 선수촌을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로 제공하고 올림픽 관광상품을 개발해 3조 원의 추가 수입을 올리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잘 치렀다는 재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88올림픽이나 2002년 월드컵처럼 평창도 오랫동안 아름답게 기억될까요?

    올림픽의 유산이 애물단지로 남고 만다면, 그 감동도 금세 차갑게 식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축제를 치르기 위해 노력했던 것만큼 앞으로의 노력도 중요해 보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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