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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 관리 엉망인데도…처벌은 '솜방망이'

진료기록 관리 엉망인데도…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19-02-07 20:41 | 수정 2019-02-0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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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년 전, 코피가 나서 응급실을 갔다 7시간 만에 숨진 '고 전예강 양'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진료 기록이 조작된 게 밝혀지면서 환자가 진료기록의 수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예강이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진료기록 블랙박스 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럼 이 법이 생기고 나서 환자의 방어권이 실제로 강화됐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윤정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5년 전, 9살이던 예강이는 심한 코피를 흘려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수혈은 4시간 뒤에나 이뤄졌고, 결국, 응급실 도착 7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망하게 딸을 잃은 부모는 뭐가 잘못됐는지 보기 위해 진료기록을 요구했지만 곧바로 받을 수 없었습니다.

    [최윤주/故 전예강 양 엄마]
    "바로 원무과에 가서 의무기록지를 달라고 하니까 아직 안 됐다, 지금 발급이 안 된다고…"

    24시간이 지나서야 발급된 진료기록엔 예강이의 맥박과 혈압, 수혈 시간 등이 허위 기재돼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진료기록 수정 내역까지 모두 공개하도록 한 '진료기록 블랙박스법', 일명 '예강이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선 이런 허위 기재가 의사의 단순 실수였다며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최윤주/故 전예강 양 엄마]
    "병원에서 잘못해서 아이를 잃었어도 호소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묻혀져야 되는구나. 아이한테 우선 미안했고, 또 너무 억울한 거예요."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서 진료기록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는 30명.

    그러나 실형을 받은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진료기록이 아예 통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김 모 씨는 5년 전 수원의 한 병원에서 어깨 인대 수술을 받다, 어깨뼈까지 깎여 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김 모 씨/의료사고 피해자]
    "(의사가) 뼈가 많이 없어졌는데 안 되겠다, 인공관절 해야되겠다고 그러더군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진료기록을 받으려 했지만 병원은 이미 폐원한 상태.

    폐원하면 보건소에 진료기록을 넘겨야 하는데 병원 측은 컴퓨터 서버 고장으로 삭제됐다고 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환자 같은) 비전문가가 유일하게 의료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가 의무기록지인데.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관대해요. 실수다, 착오다. 그러면 쉽게 그걸 믿어주고."

    휴폐업 병원 수는 연간 6천 개에 달하는데, 보건소가 진료기록을 제출받은 경우는 4.5%에 불과합니다.

    병원이 '알아서 보관하겠다' 서류만 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예강이 법 시행 1년.

    진료기록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 보완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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