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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시간' 가운도 못 벗다가…병원은 "법 지켰다"

'35시간' 가운도 못 벗다가…병원은 "법 지켰다"
입력 2019-02-08 20:18 | 수정 2019-02-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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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의사가 병원에서 숨지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설 연휴 첫날, 인천 길병원에서 흔히 레지던트로 불리는 30대 전공의가 35시간 연속 근무를 하던 중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병원 측은 과로사가 아니라 돌연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저희가 이 병원의 전공의 당직 근무표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숨진 전공의의 1주일 총 근무 시간이 105시간에 달했습니다.

    먼저, 윤정혜 기자가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설 연휴 전 날인 지난 1일, 소아과 2년차 전공의 신 모씨가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날 아침 7시부터, 당일 저녁 6시까지, 연속 35시간 근무를 하기 위해 당직을 서다 쓰러진 겁니다.

    [신모 씨 아버지]
    "(아들이 전화가 왔길래) 어이 닥터 웬일이야? 이랬거든요. 말이 없어요. 저기 00이 아버님이시죠? 이러는거에요. 막 울면서. 숨은 쉬는거야? 대답을 않더라고. 빨리 오십시오라고…"

    올해 나이 서른 셋.

    의사가 되고 난 뒤 만나기도 힘들었던 동생은 결국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났습니다.

    [신모 씨 누나]
    "동생이 이렇게 살인적인 강도의 근무시간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거죠. 오프데이라는게 정말 당직을 하고 그 다음날은 그래도 쉴수 있겠거니 생각을 했었는데…"

    하지만 병원측은 정상 근로중 발생한 돌연사라고 주장했습니다.

    병원측이 근거로 제시한 신 씨의 근무시간은 주당 87시간, 법을 어긴 '초과 근로'는 없었다는 겁니다.

    [가천의대 길병원 관계자]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 80시간에 교육 8시간. 이렇게 기준이 되어있어요. 전공의특별법에. 그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은 아닌 걸로 파악을 했는데…"

    하지만 MBC가 입수한 당직 근무표를 보니, 신 씨는 보통 일주일에 두 번, 35시간을 연속 근무했습니다.

    주말 당직까지 합쳐보니 총 근무 시간이 주당 105시간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근무 시간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병원측은 전공의들이 35시간 연속근무를 해도 무조건 6시간은 휴식한 걸로 보고 29시간만 일한 걸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6시간 휴식은, 휴식이 아니라는 게 동료 전공의들의 증언입니다.

    [전공의 A씨/신모 씨 동료]
    "휴게시간이라고 해서 연락이 오지 않는 시간, 혹은 완전히 환자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휴게시간은 전혀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죠."

    실제 이 병원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당직 근무후 휴게시간이 아예 없다고 답한 비율이 41%에 달했습니다.

    이런 일정 속에서도 사망한 신씨는 보육원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소아과 전문의의 꿈을 키웠습니다.

    [신모 씨 누나]
    "이걸 어쩔 수 없이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로 받아들인거죠. 근데 그게 내 동생의 죽음으로 오니…"

    유가족들은 신씨의 사망에 대해 병원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과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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