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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 외쳤지만…"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용기 내 외쳤지만…"학교는 변하지 않았다"
입력 2019-02-16 20:17 | 수정 2019-02-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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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해 3월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교사 18명의 상습적인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전국 71개 학교로 번져나간 스쿨미투 운동의 시작이었는데요.

    오늘 청와대 앞에서 이 스쿨미투 1년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렸는데요.

    현장에서 나왔던 학생들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죠.

    [최유경/스쿨미투 집회 참가자]
    "사회는 변한 것이 없습니다. 가해를 고발한 학생들은 여전히 SNS 공론화 계정 삭제, 미투에 대한 희화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겪고 있습니다."

    [라원/스쿨미투 집회 참가자]
    "학교는 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정부는 스쿨미투의 외침에 답하라!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라! "

    지난 1년 학생들의 외침과 또 UN까지 찾아나선 호소에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응답했을까요.

    윤정혜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교복은 가장 야한 옷이다"

    "예쁜 사람이 있으면 성추행하고 싶을 거다"

    "열달 동안 생리 안하게 해주겠다"

    이런 성희롱 발언들을 쏟아낸 건 인천의 한 사립여고 교사들이었습니다.

    참다못한 학생들이 지난달 폭로했습니다.

    [인천 A사립여고 학생]
    "여자애들은 학력이 높으면 결혼을 할 때 무리가 있으니까 이화여대까지만 가야 된다, 이런식으로. 여성차별적인 발언 뿐만 아니라 아예 인격을 모독하는 그런 욕설을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인천시교육청은 실태 조사 후 전·현직 교사 23명을 수사 의뢰했습니다.

    이 학교 남자 교사의 절반 이상이 수사를 받게된 겁니다.

    해당 교사들에겐 성폭력 예방교육도 받게 했지만, 반성은 커녕 이번엔 미투 운동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인천 A사립여고 학생]
    "요즘엔 말도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너네 다 미투 그런거 해서 선생님들 다 끌려가잖아. 우리가 학생들 눈치를 보면서 학교를 다녀야 되냐. 이런 식으로…"

    1년 전 스쿨미투를 촉발시킨 서울 용화여고.

    가해 교사 18명 중 15명이 교단으로 돌아왔고, 파면 징계를 받았던 교사는 최근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은데 이어 징계마저 취소됐습니다.

    용화여고에 이어 전국 71개 학교 학생들이 용기를 냈지만 결과적으론 찻잔 속의 태풍이었습니다.

    [인천 A사립여고 학생]
    "일단은 저희가 힘없는 학생만은 아니라는걸 보여준 것 같은데, 이로 인해서 변하는 건 결과적으로 없었잖아요."

    [이유진/지난해 스쿨미투 고발]
    "내가 용기를 내고 2차 가해를 감수하고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 부처 장관들까지 나서 걱정말라는 위로를 건냈고, 지난해 8월, 교육부 자문위원회는 스쿨미투에 의존해 학내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는 건 학생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부담시키는 거라며, 정부가 나서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긴급권고문을 교육부에 보냈습니다.

    [이현숙/교육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좀 스크리닝을 해서 그걸 토대로 해서 대책을 세우고 교육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전수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하지만 지난 12월 발표된 정부 종합대책에는 전수조사 대신 일부 학교만 선별 조사하는 '표본조사'로 축소됐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게, 교사들의 반발도 좀 있고. 계속 논의를 했는데 전수조사는 좀 어렵다는게…"

    결국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이 오히려 교사들에게 '예민한 아이들'이라는 비난을 듣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손영채/지난해 스쿨미투 고발]
    "선생님들 대부분의 분위기는 '굉장히 쟤네들이 예민한 애들이고 이상한 애들이니까 우리가 조심해야한다.' 약간 이런 분위기였고"

    급기야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스쿨미투는 이달 초 스위스 제네바의 UN아동권리위원회까지 찾아갔습니다.

    한국의 스쿨미투 운동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에 근본적 대책을 권고해달라고 호소한 겁니다.

    [양지혜/청소년페미니즘모임 활동가]
    "전국적 범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보호하겠다, 교육하겠다는 조치로는 매우 미흡하고 학교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힘들다는…"

    스쿨미투 1년.

    제발 어른들이, 국가가 나서, 성희롱 없는 제대로된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학생들은 여전히 외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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