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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빵] 오페라 서려면 수천만 원?…"기회주는 게 어디야"

[장미와 빵] 오페라 서려면 수천만 원?…"기회주는 게 어디야"
입력 2019-04-04 20:03 | 수정 2019-04-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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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문화예술계 부당 관행에 대해 보도하는 연속 기획 '장미와 빵'.

    2주 전 최저 임금보다도 낮은 열정페이, 그조차 체불되기 일쑤인 오페라 합창 단원들의 실태를 전해 드렸는데요.

    이 보도나 나간 뒤에 더 기가 막힌 추가 제보들이 잇따랐습니다.

    오페라 주·조연급 성악가들의 경우에 출연료를 받기는커녕 무대에 서는 대가로 회당 많게는 2천만 원까지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실태를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페라 무대에 선 지 8년 차인 성악가.

    주·조연급으로 수차례 공연을 했지만, 대부분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성악가 A씨]
    "포스터에 자기 이름이 실리고 단독으로 소리를 낸다는 것 그거 하나 때문에…그냥 (돈을 안 주는 게) 관행…'몇십(만 원)이라도 주세요'하면 되려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그래서 아예 얘기할 생각들도 안 하고 있죠."

    오히려 무대에 서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오페라계에서는 이런 일이 꽤 많다고 증언합니다.

    [성악가 A씨]
    "주연들이 돈을 내는 경우가 많죠. 여자들은 1,500~2,000(만 원), 남자들은 낮게는 300~500(만 원)…(여자들은) 경쟁률이 그만큼 더 치열하기 때문에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 (하면서.)"

    또다른 성악가도 이런 실태를 제보했습니다.

    [성악가 B씨]
    "세종문화회관에서 A(공연)를 할 건데 네가 주인공을 하고 싶으면 나한테 2,000만 원을 줘라…"

    일부 민간오페라단은 매회마다 주연을 교체하거나 배역을 늘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인다고 합니다.

    결국, 주조연급 성악가들이 낸 돈으로 공연을 하는 셈입니다.

    [성악가 C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서고 싶고 노래를 계속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그런 걸 너무 악용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가장 크죠."

    출연료를 받는다고 해도 티켓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성악가 B씨]
    "(출연료를) 우리가 줄 수 없으니 너희에게 티켓 100장씩 나눠 주겠다. 그 티켓을 파는 걸로 너가 가져가라. '이거 못 팔았으니까 돈으로 주세요'라고 말도 못 하는 거예요."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성악가 C씨]
    "한 번도 계약서가 없으니까 너무 황당한 거죠. 노동청에 이야기를 해야 되나 아니면 오페라 연합회 이런 데다 이야기를 해야 되나. (그런데 사실) 거기(연합회) 있는 사람들이 다 단장이고 관계자들이고 하니까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국내 최고의 오페라 축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도 상황은 열악했습니다.

    [성악가 B씨]
    "100시간 정도 하고 준비를 하고 무대에 섰는데 시작부터 계약서는 없었고 공연 준비가 거의 끝날 쯤에 '40만 원 줄 건데 할래 안 할래' 이런 식이거든요."

    해외의 경우 공연료에 무대출연료는 물론 연습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고, 표준계약서도 작성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예술계 표준계약서를 확대해 공정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지만, 정작 이런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출연자들 계약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현황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런 것 정도 자료를 받아 보고 토의를 해보겠습니다."

    문체부는 취재가 들어가자 뒤늦게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 본 영상은 특정단체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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