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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억울한 노동자 불러놓고…"태도가 그러니 잘리지"

[소수의견] 억울한 노동자 불러놓고…"태도가 그러니 잘리지"
입력 2019-10-15 20:22 | 수정 2019-10-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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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 사회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찾게되는 곳, 바로 노동 위원회입니다.

    중앙 노동위의 심문 결과에 따라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다시 찾게 될 수도, 그대로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심문에 나선 위원이 노동자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녹취가 공개됐습니다.

    곽승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정.

    부당해고를 호소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자 심문하던 위원이 뜬금없이 대인관계를 묻습니다.

    [사용자위원 A씨]
    "평소 친구들 하고 잘 지냅니까?"
    ("예.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요? 참 친구들이 대단히 참 훌륭하신 분들이 많네요."

    비아냥이 담긴 질문에 이어 이번에는 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사용자위원 A씨]
    "근데 뭘 그렇게 아는 척 하고 그래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는 취지는…")
    "아니 됐어요. 쓸데없는 소리고."

    사용자 편에서 이미 결론을 낸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사용자위원 A 씨]
    "지금 조용히 하세요. 그런 태도로 하니까 그렇게 짤리지. 말을 못 해. 어떻게 그렇게 나보다 말을 더 많이 해? 저런 사람 뽑지마세요."

    노동위 심문회의에는 구제를 신청한 노동자와 반대측 사용자 그리고 이들을 심문하는 5명의 위원이 참여하게 됩니다.

    5명의 위원은 사용자위원1명, 근로자위원1명, 공익위원 3명으로 구성되는데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추천을 받아 위촉된 사용자위원이 문제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노동위 윤리강령은 심문 위원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을 하지 말고, 사건관계인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한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의 발언은 이같은 강령을 명백하게 위반한 겁니다.

    [공공기관 해고 구제신청 노동자]
    "반말은 기본이고 아주 그냥 비꼬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이런 것들을 계속 하시니까 제가 과연 이 자리에 어떤 신분으로 와있는지 정말 의문이 들었고…"

    하지만 사용자 위원의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외부 위촉직이다보니 주의만 주는데 그쳤습니다.

    [전현희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 사건도) 결국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이런 결정이 난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사람) 뽑으면 안 된다' 이런 발언을 한 심판에 대해 당사자가 어떻게 수긍하겠습니까?"

    [박준성/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위원들이) 윤리강령을 위반했을 때 어떻게 조치해야할지에 대한 현재 노동위원회의 선례나 준비는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8월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만 1만3천9백여 건.

    작년 대비 20% 이상 접수 건수가 늘 정도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심판관 역할을 하는 위원들이 그에 걸맞는 전문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MBC뉴스 곽승규입니다.

    (영상취재·편집: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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