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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규정 탓…일산화탄소 빨아들이는 환기 장치

'황당' 규정 탓…일산화탄소 빨아들이는 환기 장치
입력 2019-10-20 20:18 | 수정 2019-10-2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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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환기 장치하면, 나쁜 공기는 내보내고 좋은 공기만 남긴다 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만약에 이 환기장치가 기껏 집에서 내보낸 보일러 배기가스를 다시 집안으로 끌어들인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렇게 설치된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주 황당합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쪽은 헤어드라이어처럼 내뿜고 다른 한쪽은 청소기처럼 공기를 빨아들입니다.

    기계식 환기장치입니다.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는 환기설비가 의무화돼있는데 이렇게 공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는 기계식이 많습니다.

    대신 급기구와 배기구 각도를 90도 틀거나 거리를 1.5m 떨어뜨려야 합니다.

    이 정도 거리는 돼야 나간 공기가 다시 빨려 들어가는 교차오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스보일러 배기구와의 간격규정은 이보다 훨씬 짧은 60cm.

    보일러 배관구로 배출된 일산화탄소가 도로 집으로 빨려들어 올 위험이 있는 겁니다.

    정말 그럴 수 있는지, 건축전문가 협회의 자문을 받아 모형으로 실험해봤습니다.

    1.5미터 떨어진 곳에서 내뿜은 연기는 급기구로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간격이 60센티미터로 줄어들었을 때는 적지 않은 연기가 급기구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아직 기계식 환기장치로 인한 사고는 없었지만 보일러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될 위험성은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기현/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강제 흡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의 60cm와 또 강제 흡입이 이루어지는 60cm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죠. 자연적으로 나갈 부분까지 다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두 간격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국토부와 산업부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60cm 규정은 창문으로만 환기하던 1991년 산업부가 만들었는데, 국토부가 기계 환기장치가 보편화된 2009년 1.5미터 규정을 새로 만들면서 산업부 관할인 보일러까진 살피지 않은 겁니다.

    [이용호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가 환기 규정을 만들 때 산업부와 협의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국토부는 산업부와 환기구와 보일러 간격을 넓히기 위한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 김경배·이상용, 영상편집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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