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오늘은 순수 우리 자본으로 우리 배우들이 만든 한국 영화가 탄생한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제는 한국영화의 전설, 임권택 감독을 만나봤는데요.
오늘은 최근 국내외 영화제에서 무려 34관왕에 오르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감독을 소개합니다.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을 양효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전세계 주요 영화제 34관왕.
제작비 3억, 작은 영화 '벌새'가 일으킨 신드롬은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함께 한국 영화 100년에 값진 선물입니다.
올해 서른 여덟, 벌새가 첫 장편데뷔작인 김보라 감독은 100년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김보라/'벌새' 감독]
"영화제를 다닐 때마다 '너네 나라는 왜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드니…' '너네 나라 영화는 왜 이렇게 퀄리티가 좋니…' 그런 얘기를 어디를 가든 정말 많이 들었어요. 100년의 역사들이 촘촘히 모여서 지금의 현재를 만들었구나…"
지나온 100년의 시간.
감독은 '벌새'를 통해 1994년의 시간을 소환했습니다.
서울 대치동,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우등생인 오빠의 폭력.
대학입시만 강조하는 학교.
그리고 성수대교가 무너진 해입니다.
"(한국 사회가) 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선진국이 되고자하는 어떤 큰 포부 속에서 굉장히 빠르게 돌진하고 있던 시기였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진통을 겪었던, 굉장히 첨예했던 시기…"
14살 소녀 은희가 일상에서 겪는 분노와 아픔을 시대의 기억에 한 땀 한 땀 엮어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흔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정말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사건들과 참사가 그렇게 아프게 여전히 기억될 수밖에 없구나라는…"
"여러분이 아는 사람들 중에 속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요…"
영화 속 성찰은 깊은 울림을 만들었고,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는 911 사건에 대해서 언급을 많이 하시기도 하고, 인간으로서 살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 내 상처들이 비로소 수면 위에 오르고 언어가 생긴 것 같다라는…"
작은 독립영화 한 편이 보여준 저력.
2019년은 '벌새' 뿐 아니라 독립영화계 여성감독들의 약진이 돋보인 해입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힘찬 날갯짓입니다.
"영화라는 것이 결국은 인간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들, 새로운 목소리를 하고 있는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는 해여서 그러한 물결들이 파도가 되어서 이 흐름들을 바꿀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좋겠습니다."
MBC뉴스 양효경입니다.
(영상취재 : 현기택, 영상편집 : 정지영)
뉴스데스크
양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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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물] 영화제 34관왕 '벌새'…"한국 영화의 내일을 본다"
[문화인물] 영화제 34관왕 '벌새'…"한국 영화의 내일을 본다"
입력
2019-10-27 20:26
|
수정 2020-01-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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