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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창 열자 '섬뜩한' 묘지들…"숲세권 아닌 묘세권"

[바로간다] 창 열자 '섬뜩한' 묘지들…"숲세권 아닌 묘세권"
입력 2019-10-28 20:01 | 수정 2019-10-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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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재욱 기자입니다.

    대출까지 받아 내집 마련을 했는데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 바로 뒤에 보이는 공사 현장이 그런 곳입니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세권이 아니라 묘세권이라고 탄식이 나오고 있는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432세대의 단독주택이 들어서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

    공사가 한창인 현장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보입니다.

    족히 10여기는 돼 보이는 공동묘지.

    주택 단지와 불과 20미터 정도로, 일부 세대에서는 테라스 바로 코앞에 묘지가 있는 셈입니다.

    [A씨/고양 단독주택 계약자]
    "자연 하나 보고 들어간건데, 거기에 묘지가 있다고 하니 정말 말이 나오지 않죠."

    [B씨/고양 단독주택 계약자]
    "하도 울화통이 터져가지고 집사람하고 나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지난 7월 분양 당시 주변환경이 뛰어난 이른바 '숲세권'으로 홍보되면서 이 단지는 12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A씨/고양 단독주택 계약자]
    "여기는 자연환경이 나무로 이렇게 되어 있고 그래서 숲세권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죠."

    그런데 지난달 공사 도중에 주변 숲이 벌목되면서 공동묘지가 훤히 드러났습니다.

    [B씨/고양 단독주택 계약자]
    "추석전에 벌목이라고 그런 것 같아요. 수십기의 묘가 바로 단지 초근접지에 그렇게 있다는 것을 숨겨버린거죠. GS에서."

    분양 받은 사람 가운데 10여명이 "묘지 옆에 살수 없다"며 계약금 7천만원을 날린 채 계약을 해지했고, 나머지 주민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 묘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묘지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분양받은 사람들은 "묘지가 2~3기 정도라는 설명을 들었을 뿐"이라며 사기 분양이라고 주장합니다.

    [A씨/고양 단독주택 계약자]
    "저희가 화가 났었던 이유가 뭐냐면 묘지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시공사 모형에는) 사당 하나 표시돼 있고, 분묘 하나 표시돼 있고… 그런데 분묘가 더 많은게 드러났고."

    지난 달 입주를 시작한 전남 해남의 한 아파트.

    1층 베란다 너머로 묘지 수백 기가 보입니다.

    붉은색의 묘지번호까지 더해져 섬뜩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해남 아파트 입주예정자]
    "살고 싶었는데, 바로 묘지가 보이고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도 무섭다고 하고. 저희들도 고민중입니다. 이 집에서 살아야 될 건가."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서도 묘지가 훤히 보입니다.

    [입주민]
    "외관상 (아이들이) 보기 좋지는 않죠."

    해가 저물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져 공동묘지 주변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은 훨씬 커졌습니다.

    시행사측은 입주 때까지 공동묘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 넘도록 공동묘지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해남 아파트 입주예정자]
    "지금 심정으로는 그냥 웃음만 나오고, 어이가 없어요 진짜. 어떻게 보면 입주자들 완전히 속이고 분양을 한 것 같습니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은 "건설사가 부도가 나 분묘 이장 계획이 늦어졌다며 내년 8월까지는 이장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간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한재훈, 김경배 / 영상편집 :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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