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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2백kg 혼자 '끙끙'…대형폐기물 '신음'하는 노동자

[바로간다] 2백kg 혼자 '끙끙'…대형폐기물 '신음'하는 노동자
입력 2019-12-02 20:04 | 수정 2019-12-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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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유경입니다.

    피아노나 장롱같이 크고 무거운 물건을 버리려고 내놓으면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수거를 해갑니다.

    이런 대형 폐기물은 안전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두 명의 작업자가 옮기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자 혼자서 부상과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해야 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새벽 5시, 인천 연수구.

    대형 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길환성씨를 따라가 봤습니다.

    폐기물 대장에 적힌 주소지에 도착하자 길가에 버려진 가구들이 나타납니다.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오래된 찬장이며 책꽂이, 서랍장 같은 살림살이를 통째로 내놨습니다.

    [길환성/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이 정도면 얼마 없는 거예요."

    12년 베테랑 답게 작은 가구부터 척척 들어 차에 옮깁니다.

    다 싣고 나면 빗자루로 주변 정리를 하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길환성/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이렇게 해놓으면 환경미화원분들이 마무리를 지어주세요."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 길환성씨.

    이번엔 좀 더 큰 물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형 장롱에 침대 매트리스, 한눈에 봐도 혼자서 저걸 어떻게 옮기나 걱정됩니다.

    저는 지금 인천시 남동구의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 나와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가구들이 많이 쌓여있는데요.

    인천시 대형 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은 이런 가구들을 혼자 옮겨야 되는 상황입니다.

    옆에서 지켜만 보기 미안해서 취재진도 거들었습니다.

    장롱 문이 열리면서 제 정강이를 쳤습니다.

    "다치셨어요?"
    (문이 열려가지고…)
    "어휴 큰일날 뻔 했네"

    이쯤되면 민폐가 아닌가 싶어 그나마 가벼워 보이는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봤습니다.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트럭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골목에 대형 폐기물이 있으면 아주 곤욕입니다.

    사람 키만한 장롱을 메고 차까지 걸어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길환성/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골목에서 좁은 경우가 많아서 들고가야 돼요. 이렇게… 이렇게 들고가니까 허리가 무리가 가죠…"

    폐기물 업체 노동자들이 가장 꺼리는 물건은 바로 피아노입니다.

    피아노 한 대의 무게는 250킬로그램.

    온 힘을 다해 끌어도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가게 주인까지 나와서 힘을 보탠 끝에, 차에 싣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태원/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최소한 250에서 300kg 정도 된다고 했을 때 혼자서 드는 건 힘들죠. 회사에서 1인 1조로 하니까…"

    환경부는 대형 폐기물 상하차 업무를 최소 두 명이 수행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속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선 노동자들이 혼자서 대형 폐기물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가구를 혼자 수거하다 파편에 망막이 찢어진 조종원씨.

    [조종원/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껌껌할 땐 왼쪽은 아예 안 보인다고 해야죠. 형태도 안 보여요."

    영종도를 담당하는 장복동씨는 두 차례나 유리에 베여 열 일곱 바늘이나 꿰맸습니다.

    [장복동/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응급처치를 저 스스로 혼자 하고 지혈을 한 다음에 마무리 작업까지 끝내고 다시 병원으로…"
    "그날 입고 수거량이 있어요 그 금액을 맞추다 보니까…"

    몸을 다치고도 곧바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성과급제로 운영되는 월급체계 때문입니다.

    대형 폐기물을 옮기고 받은 수수료 총액의 75% 정도를 회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25% 정도가 노동자들 몫입니다.

    이때문에 한 달에 최저 임금을 벌려면 매월 775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수거료 만 1천원짜리 소파나 피아노를 약 700대 정도 옮겨야 하는 수준입니다.

    폐기물을 많이 옮길 수록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힘들지만 무리해서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몸이 아파 일을 못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이 줄어듭니다.

    [장복동/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너희들이 알아서 금액을 맞춰라. 여기가서 빌붙어서라도 다른 기사들한테 일을 얻어서라도 채워와라.'"

    업체측은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준/폐기물 처리업체 이사]
    "만약 2인 1조로 한다면 현재의 스티커(수거료) 가격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가격이 나오죠. 인건비 상승이 두 배로 올라가야 되니까."

    결국 노동자들은 노동 환경 개선을 지자체에 요구했고, 인천시는 해당 군구청에 지침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업체측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금처럼 혼자 무거운 폐기물을 옮기는 위험한 노동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복동/폐기물 처리업체 노동자]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데도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고… 너무 배신감 느끼죠.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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