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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만 분의 1' 확률 기증자 찾았는데…"내년에 오라"

[단독] '2만 분의 1' 확률 기증자 찾았는데…"내년에 오라"
입력 2019-12-18 20:12 | 수정 2019-12-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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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은 6살 아이가 있는데 백혈구, 적혈구 같은 혈액 세포를 만들어 내는 조혈 모세포 이식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치만 아이에게 맞는 기증자를 찾을 확률은 2만 분의 1이라 기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죠.

    이 소식에 수십 명이 기증 의사를 밝혔는데 어찌된 게 "올해는 기증을 더 받을 수 없으니 내년에 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증, 한수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희귀 혈액암 투병중인 6살 박성빈 군.

    건강하던 성빈이는 지난 4월, 갑자기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간 이식을 받은 뒤 잇따라 암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성빈 군 아버지]
    "(악성) 림프종 4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생존률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지금 항암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고통스런 항암 치료를 잘 견디다가도 가끔 성빈이가 힘들다고 할 때면 엄마 아빠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성빈 군 어머니]
    "자기는 쓸모없는 사람이 돼서 (하늘이) 이렇게 고통을 주는 것 같다고. 너무 아프다고. 차라리 죽고 싶다는 얘기를…"

    현재 성빈이에게 가장 가능성 높은 치료법은 유전자형이 100%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는 겁니다.

    일치 확률은 수 만명에 1명 꼴.

    그나마 확률이 높은 9명의 기증 등록자가 있었지만, 모두 기증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성빈이 부모가 직접 환우단체 등을 통해 조혈모세포 이식 희망자 모집에 나섰고, 3백명이 넘는 희망자가 모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증을 위한 검사는 커녕 기증 희망 등록조차 거부당했습니다.

    [김용태/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헌혈의집에서) 이번년도 사업모집이 끝났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기증을 하고 싶은데 왜 못하냐 (물었더니) 내년 3,4월쯤 돼야지 (가능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을 받는 기관은 대한적십자사 등 모두 5곳.

    보건복지부가 매년 기증 희망 목표를 정해 각 기관에 할당하는데, 올해 목표치인 1만7천명 기증 희망자 등록이 이미 달성돼 올해는 더 이상 새 기증자를 안받는다는 겁니다.

    기증하려면 내년 4월에나 찾아오라고도 했습니다

    [A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기관]
    "올해 7월에 마감이 끝났어요. (배당받은) 인원이 채워지면 더 오버(초과)해서 하지는 못해요. 등록을 안하고 인포메이션(정보) 정도만 드리고 있는 거고."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냐며 따지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기증 희망자]
    "생명을 살리고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추가 예산 해달라고 한번 (복지부에) 의뢰를 해본 적 있느냐, 했을 때 '12월 말에 보고서 써서 올린다'고 하시더라고요."

    복지부는 이제서야 내년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방법을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10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되자 복지부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늘리기 위해 추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10년 새 겨우 1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느긋하고 꽉 막힌 행정 절차에 혹시나 일치할지 모를 한 명의 기증자를 놓치는 건 아닌지, 가족들의 가슴은 오늘도 타들어갑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 / 영상편집: 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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