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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간다] 죽음의 택배 바뀐 게 없다…"이 바닥이 그렇지 뭐"

[다시간다] 죽음의 택배 바뀐 게 없다…"이 바닥이 그렇지 뭐"
입력 2019-12-23 20:04 | 수정 2019-12-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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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뉴스데스크는 지난 1년 동안 '바로 간다' 코너를 통해서 사회 비리와 부조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렸는데요.

    보도가 나간 이후, 문제의 현장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시 가봤습니다.

    '다시간다' 오늘 첫 순서로는 죽음의 알바로 불리는 택배 시리즈를 제작했던 윤수한 기자가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 기자 ▶

    '다시 간다' 인권사회팀 윤수한 기자입니다.

    지난해 바로간다를 통해 전해드린 택배 물류센터 '죽음의 알바' 시리즈 기억하실 텐데요.

    사람이 죽을 정도의 가혹한 노동과 밥먹을 시간도 주지않는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 많은 시청자분들이 함께 분노해주셨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요.

    그 현장을 '다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송파구의 서울복합물류센터에 단기 아르바이트로 취업했습니다.

    작년엔 혼자였는데, 이번엔 영상기자와 함께 들어갔습니다.

    아무리 짧게 일해도 근로계약서 쓰는 건 기본인데요.

    계약서를 쓰자고 했더니 안 써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력업체 직원]
    (계약서나 서약서 안 써도 돼요?)
    "원래 써야 하는데 종이가 없어가지고 혹시나 여기서 물어보면 그냥 썼다고 말씀해주세요."

    프린트 해놓은 근로계약서가 없으니, 그냥 쓴 걸로 넘어가자는 겁니다.

    일년 전 다른 물류센터에서는 계약서를 쓰기라도 했는데,

    [하청업체 직원(지난해 9월 '바로간다')]
    "네 장씩 다 쓰신 거죠? 다 쓰셨어요? 네 장씩?"

    어떻게 된 게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둘 다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그렇다면 안전 교육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

    다치면 작업 지연되니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물류창고 직원]
    "안전사고 나고 본인 다치시고 작업지연 됩니다. 좀 더우시더라도 지퍼는 꼭 채우시고…"

    작년엔 갔던 다른 물류센터에선 딱 5분이었지만, 교육 영상이라도 보여줬습니다.

    [안전교육 담당자(지난해 10월 '바로간다')]
    "딱히 제가 드릴 말씀은 없고, 위험한 것들 보이면 그냥 다 피해 다니시면 돼요."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입니다.

    하차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사방이 막힌 화물차 안에서 택배 상자를 레일 위로 옮기는 작업.

    작년과 똑같이 중노동입니다.

    꼭대기까지 쌓인 상자들은 계속해서 몸으로 떨어지고, 쌀과 녹용 등 20kg에 가까운 택배들은 허리를 뒤로 제치고 안간힘을 써야만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11톤 트럭 한 대에 담긴 택배 상자는 대략 600개.

    1시간 걸려 화물차 한 대 하차 작업을 끝내고 나면, 바로 다음 차가 들어옵니다.

    간혹 음료수 상자로만 가득 채워진 화물차가 들어오면 정말 각오를 해야 합니다.

    얼마나 무거운지 상자를 레일 위에 내려놓으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레일이 요동칩니다.

    허리가 너무 쑤셔 자연스레 허리로 손이 가고, 다리가 후들거려 잠시나마 바닥에 주저앉기도 합니다.

    다른 노동자들도 무릎을 어루만지거나 다리를 굽혔다 펴기를 반복했습니다.

    [물류센터 노동자들]
    "아프죠. 여기 안 아픈 사람 없을 걸."
    (죽을 것 같아요.)

    쏟아지는 졸음에 긴장이 풀려 실수가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작업반장]
    "어이 아까 이렇게 돌리는 거 못 봤어? 소리 크게 질러 크게!"

    숨 돌릴 틈 없는 고통스러운 노동 강도는 전혀 변한 게 없었습니다.

    그렇게 꼬박 6시간을 일한 뒤 주어진 휴식시간은 야식 먹는 시간을 포함해 단 30분.

    사실 30분도 아닙니다.

    정확히 23분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4조 위반

    근로 4시간마다 30분 이상 휴식시간

    [물류센터 노동자]
    (쉬는 시간 23분 주셨던데?)
    "월요일 날은 그래. 월요일 날은 바빠 가지고."

    그래도 밥은 주는구나 싶었는데, 직접 5,000원을 내고 사 먹어야 했습니다.

    소화시킬 틈도 없이 다시 시작된 하차 작업.

    새벽이 되자 작업장 곳곳에선 아찔한 순간들이 포착됩니다.

    움직이는 레일에 발을 올리고 레일 위를 넘어다니는가 하면, 대놓고 레일 위에 올라가 돌아다니기까지 합니다.

    아무런 제재가 없다 보니 곳곳에서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

    이 날도 한 노동자가 한 쪽 다리를 다쳤습니다.

    전날 오후 5시에 시작된 일은 날을 꼬박 새고 오전 9시가 돼서야 마무리됐습니다.

    11톤짜리 화물차 11대 하차 작업에 작업장 청소, 택배 분류 작업까지.

    16시간 동안의 중노동을 마치고 받은 돈은 15만 9천 원.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는 제 질문에 한 노동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물류센터 노동자]
    "이 바닥이 이렇지 뭐"

    누전차단기도 없는 레일에서 일하다가 감전사를 당한 대학생 노동자와, 도로에 나와 택배 작업을 하다 숨진 50대 노동자까지.

    최근 5년간 물류·택배 일을 하던 노동자 154명이 숨지고 1만 2천 504명이 다쳤습니다.

    지난해 노동부가 전국적으로 벌인 대규모 특별근로감독에선 법을 위반한 25개 택배사업체가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마주한 물류센터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한 '죽음의 공간'이었습니다.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을 내세우는 택배사들의 경쟁 아래 수많은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윤수한입니다.

    (영상 취재 편집: 김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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