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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0분 거리 '강남 학원' 다니면서…'농어촌 전형'

[단독] 40분 거리 '강남 학원' 다니면서…'농어촌 전형'
입력 2019-12-24 20:06 | 수정 2019-1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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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대학 입시 전형 중에 농어촌 전형이 있습니다.

    시골 학생을 배려하기 위해서 23년 전 생긴 제도인데 그 동안 강산이 두번 바뀌면서 더 이상 농촌이 아닌데도 농어촌 전형의 혜택은 그대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대도시 근처의 읍면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아예 행정 구역 승격을 거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서 정부가 이 제도를 결국 손보기로 했습니다.

    정동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대구광역시 달서구와 달성군의 경계지역.

    신축아파트 단지와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행정구역 상으론 달서구엔 대진고, 달성군엔 대원고가 있는데, 불과 9백m 떨어져 있습니다.

    지하철역, 학원가도 두 학교 중간쯤인 걸어서 10분 거리.

    하지만 달성군 대원고는 농촌학교로 분류돼, 농어촌전형 지원이 가능합니다.

    [대원고/대구 달성군 학생]
    "실제로 다른 등급이 좀 낮은데도 (농어촌전형으로) 그 이상의 학과를 갈 수 있다 그런 경우는 많이 봤어요. 최적의 장소죠."

    행정구역상 읍이나 면에 있으면 농어촌학교로 분류되는데, 정작 달성군의 농업 종사자는 1.7%에 불과합니다.

    농어촌 학생의 23%가 몰려있는 경기도엔 이런 학교들이 더 흔합니다.

    농어촌전형 혜택을 위해선 읍면 지역 6년 거주 조건을 맞춰야하지만, 교통이 좋아지면서 수도권 주변으론 열성 부모들의 이주가 꾸준합니다.

    [부동산 개발업체]
    "강남역까지 여기서 4-50분이면 나가니까. 여유는 되는데 아이가 실력이 좀 부족하면 농어촌학생 특별 전형으로 해가지고…"

    부모는 서울 직장을 다니고, 아이는 강남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대입에서 농어촌전형이 도입된건 지난 1996년.

    강산이 두번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다보니 개발 지역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행정구역은 읍,면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동으로 승격이 됐는데, 읍으로 되돌리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농어촌 특별 전형때문입니다.

    [화성시 남양읍사무소 관계자]
    "첫번째 학교나 이런 데서 농촌지역 혜택을 보고 그랬었는데, 이게 동으로 되다보니까 그런 혜택을 전혀 못 보다 보니까 읍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가짜 농어촌 학교 때문에 진짜 농어촌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산과 들로 둘러싸인 경북 고령군.

    청원을 낸 이는 고령군의 대가야고 교사입니다.

    농어촌전형 때문에 정작 진짜 농촌학교엔 학생이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서인환/경북 고령 대가야고 교사]
    "(이 지역 중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이런 가짜 농어촌 학교로 빠져나가고 있어 도시의 양질의 교육도 받을 수 있고, 또, 고등학교가 아예 없는 산간벽지의 중학교 졸업생들은 도시로 진학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농어촌전형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여전히 행정구역 외에는 농어촌을 나눌 기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20여년 동안 급격한 도시화와 신도시 개발로 무늬만 농촌학교가 늘어난 실태를 감안해, 사회통합전형 가운데 농어촌 전형 선발 인원은 줄이고 저소득층 선발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다음달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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