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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간다] 탈 땐 '비명' 내릴 땐 '한숨'…"9호선 지옥철 여전"

[다시간다] 탈 땐 '비명' 내릴 땐 '한숨'…"9호선 지옥철 여전"
입력 2019-12-26 20:00 | 수정 2020-01-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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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다시간다, 인권사회팀 이문현 기자입니다.

    이곳은 지옥철로 불리는 서울지하철 9호선 중 가장 악명이 높다는 염창역입니다.

    1년 전에도 '바로간다'를 통해 9호선이 얼마나 혼잡한지 보여드렸는데요, 그 이후에 서울시가 열차도 늘리고 시간표도 조정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변했을까요?

    다시 타보겠습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북적이는 승강장 안으로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출근 전쟁의 서막입니다.

    "앞으로 쭉 가세요 앞으로."

    이미 꽉 차 버린 열차가 도착하고, 조금이라도 공간을 만들어 열차에 타려는 사람들.

    힘껏 밀고 민 뒤에야 겨우 공간을 확보합니다.

    급행열차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이 승객들이 모두 타는 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저도 함께 타서 매일 아침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탑승을 포기한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겨우 차 안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진 중 한 명은 이칸 저칸 시도하다 결국 못탔습니다.

    "오디오맨 못탔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

    1년 전 염창역에서 찍은 영상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전혀 변한 게 없습니다.

    몸을 돌리는 것조차 불가능해서 옆으로 나란히 서서 승객과 얘길 나눴습니다.

    [승객]
    "오늘 조금 나은거에요."
    ("오늘 좀 낫다고요? 이게요?")
    "매일 싸움이 나는데, 아무도 화내지 않아요. 매일 있는 일이라 놀라지 않아요."

    아침마다 너무 진이 빠져 회사가는 게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타실 때 어떤 기분 드세요 혹시?")
    "회사를 그만 두고 싶어요. 9호선 홈페이지에 민원 글 올렸어요."

    여의도역에 도착했는데, 하필이면 제가 서 있는 쪽의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내릴 땐 한숨이, 다시 탈 때는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문이 3번이나 열렸다 닫힌 후에 겨우 출발한 열차.

    10분 더 일찍 타면 덜 혼잡 할까요?

    [정주연/승객]
    "그런데 이거 전 열차도 똑같고, 전전 열차도 똑같고, 다음 열차도 똑같을 거라서…10분 더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딱히 상관이 없어요."

    저도 힘이 들어서인지 자꾸 눈이 감겼습니다.

    드디어 목적지인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했습니다.

    "잠시만요, 내릴게요."

    열차에 내려서도 전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리다보니 에스컬레이터 앞엔 병목 현상까지 생겼습니다.

    [황의효/승객]
    "한번은 혼났어요, 몇번이나 어지러워서 구역질나고 막…"

    며칠 뒤 이번엔 노량진역으로 갔습니다.

    8시가 넘어서자 벽까지 줄을 선 사람들, 1년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거장마다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열차 안은 뭐 그냥, 콩나물 시룹니다.

    [선유신/승객]
    "많이 치이고, 밟히는데…다녀야 되니까…다니고 있어요."

    9호선은 퇴근길도 지옥철이었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밀고 들어가야 간신히 차를 탈 수 있고, 출입구 앞에서는 양쪽의 봉을 꽉 잡아야 튕겨져 나가지 않습니다.

    결국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투입된 안전요원들.

    "잠시만요, 다음열차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뒤로 물러나 주세요."

    이분들 덕분에 그나마 수월하게 탈 수 있었지만,

    "아이구 세상에."

    열차 안은 이미 북새통이었습니다.

    친구를 만나려고 오늘 처음 9호선을 타 봤다는 승객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김민수/승객]
    ("다시 타고 싶으세요?")
    "아니요. 친구가 '급행을 더 만들어줘야 하는데, 일반 열차를 더 늘렸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분에게 오늘 뭐라고 말씀하실거에요?")
    "다신 안오겠다고…"

    오늘까지 총 3번 9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1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요, 정말 이게 최선일까요.

    서울시의 입장 들어보겠습니다.

    [박진순/서울시 도시철도 과장]
    "열차 6량화에 따른 승객 유입도 있고, 저번에 골드 라인 개통에 따른 연결 수요(도 있고) 편리한 지하철로 많이 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급행열차를 4칸에서 6칸짜리로 늘리고 열차도 더 많이 편성해 혼잡도가 서서히 줄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9호선을 덜 혼잡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줬는데요.

    급행열차만 고집할 게 아니라 가양과 염창, 당산에서 여의도로, 노량진과 동작에서 고속터미널로 가는 일반열차를 탑승하면 다음에 오는 급행열차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또, 2022년까지 열차 6대를 추가 투입하고 6칸짜리 열차를 8칸으로 바꾸는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8칸 열차를 도입하려면 지난해 6칸 열차용으로 개통된 8개 역에 대한 재공사를 해야 합니다.

    이래저래 시간 걸리고 돈도 더 들어가는 계획들인데요.

    9호선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진작에 고려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다시간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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