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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데 조명도 안 켜"…곳곳 안전 '낭떠러지'

"위험한데 조명도 안 켜"…곳곳 안전 '낭떠러지'
입력 2019-12-27 19:53 | 수정 2019-12-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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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잇딴 사망 사고로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현대 제철.

    최근에도 하청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 어제 전해 드렸습니다.

    이미 8개월 전에 2천 400건의 위반 사항이 나와서, 정부가 개선 명령을 내렸지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공장 곳곳의 영상을 김성현 기자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월 50대 하청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고 당일 촬영한 영상입니다.

    흩날리는 광물 가루로 마치 짙은 안개가 낀 듯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 사고로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됐고, 안전조치 위반으로 무려 2천400여 건이 적발됐습니다.

    8개월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명 불량으로 120여건이 적발됐지만 작업장은 여전히 칠흙처럼 어둡습니다.

    LED 안전등은 곳곳이 고장나 있고, 아예 안전등 자체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컨베이어벨트 아래를 손전등으로 비춰봤습니다.

    3미터 깊이의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
    "여기 밑에… (안전 덮개를) 안 해 놓은 거 아니야."

    구멍 아래 있는 건 각종 쇳덩어리 구조물들.

    발을 헛딛여 빠지면 골절은 기본,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도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덮개를 설치하지 않아 적발된 게 169건이나 됐는데, 아직도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5미터 높이의 통로 옆으로 안전난간도 설치하라고 했지만 밧줄 몇 가닥만 엉성하게 걸려있는 것도 마찬가지.

    컨베이어벨트 주변 안전 울타리가 없는 곳도 부지기수입니다.

    컨베이어벨트를 비상 정지시키는 풀코드 스위치 역시 느슨하게 풀려있거나, 아예 광물에 파묻혀 보이지조차 않습니다.

    열흘 전 하청 노동자 장재문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을 때, 처음 잡아당긴 스위치는 먹통이었습니다.

    [박광원/현대제철 비정규직노조 노동안전부장]
    "설비는 원청 설비입니다. 원청 설비라고 해서 저희가 안전에 대한 개선이나 문제점을 제안을 내거나 지적을 해도 저희한테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도 없습니다."

    위험이 여전하고, 실제 사고까지 발생하는데도 현대제철은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란 말 뿐입니다.

    [현대제철 관계자]
    "일부는 돼 있는데 일부 부족한 부분, 미진한 부분이 좀 있었던 거죠."

    노동청은 2400여건 이나 적발을 해놓고 작업장 한 번 둘러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개선해야 하는지 관련 규정이 없어 조사도, 제재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천안고용노동지청 관계자]
    "따로 정해진 (개선) 기간은 없습니다. 회사마다 또 돈이 들어가는 것도 있고 해서…"

    지난 2007년 이후 12년 동안 현대제철에서 작업 중 숨진 노동자는 36명,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입니다.

    이때문에 원청인 현대제철은 단 한 차례의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 5년 간 100억원이 넘는 산재 보험료를 감면받기까지 했습니다.

    하청 노동자 사고는 원청의 보험료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청엔 책임을 묻지 않는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죽음을 무릅 쓴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편집 : 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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