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모 숙제' 끝…조별 평가 '무임 승차' 논란은?

◀ 앵커 ▶

그동안 학교 수행평가에 대해 쏟아진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인데요.

내년부터 '과제형 수행평가'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이런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여보, 이제 숙제 없대. 고생했어." 수행평가가 왜 '부모 숙제'라고 불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럼 이제 수행평가가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면 논란이 사라질까요?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혁신중학교.

얼마 전 3학년 학생 전체가 7시간에 걸쳐 도서실 책꽂이와 의자를 만드는 수행평가를 치렀습니다.

이른바 '민주시민 공간혁신 교육'입니다.

[00중학교 교장]
"건축이나 디자인이나 너희가 살면서 우리 세상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즐거운 또 보람있는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학교의 경우 내신 비중의 80%가 이 같은 활동 중심의 수행평가입니다.

하지만 수행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비중도 너무 높아 오히려 학습엔 소홀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학생 A군]
"그걸 만들라고 하니까 애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던거죠. 수행평가라서 한 거지…"

[학부모 A씨]
"조별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그래서 선생님이 수업을 안 하는 과목도 많아요. 조가 발표한 걸로 그날의 수업이 끝나는 거예요. 선생님은 창가에 서서 팔짱끼고 서 계시고…"

현재 수행평가 비중은 보통 50% 안팎,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과제형 수행평가가 사라진 건 환영하지만, 교실 안 수행평가가 늘면 대체 학과 수업은 언제 하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고3 학부모 B씨]
"애들끼리 아이디어 짜다가 시간 다가고. 문제는 진도를 어떻게 나가냐 이거예요. 지금도 버거워가지고 선생님들이 진도 뺀다 그러잖아요."

협동심, 배려심, 리더십 등을 키운다며 대세로 자리 잡은 조별, 모둠별 평가를 둘러싼 불만도 상당합니다.

한 유명 입시 관련 유튜브 채널은 고교생들이 가장 불만인 수행평가 유형 1위로 '조별 평가'가 를 꼽았습니다.

"수행 평가계의 끝판왕 '조별 수행평가'는 성적을 챙기는 자발적 호구 한 명이 혼자 조원을 캐리하고(끌어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무임승차'를 학생들은 가장 불공정하다고 느낍니다.

[중학생 A군]
"딴짓하다가 아무것도 안 도와주고 발표하라 그러면 발표도 안 하고 어영부영 점수 받고, 아예 안 끼워주면 그 모둠은 다 같이 안 했으니까 점수를 못 받아요."

고등학생의 경우 학종이냐, 수능이냐, 자신의 입시 전략에 따라, 수행평가에 대한 참여 의지부터 다른 것도 '무임승차'의 원인입니다.

[고3 학부모 B씨]
"'수능으로 그냥 들어갈 거다' 자기한테 도움이 안 되거든요. 덕 볼 생각이 아예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학종이라는 것으로 들어가고 싶은 애들만 거기(수행평가)에 열의를 보여지게 되는 거죠."

참여 정도에 상관없이 모둠별로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는 평가방식은 오히려 교육적으로 나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3 학부모 B씨]
"참 취지는 좋은데, 고등은 그냥 100% 다 입시랑 연계돼서 유불리를 생각하다 보니까, 결국은 아쉬운 사람이 주도해서 하게 되고,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평등하게 가져가고."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을 입시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조별 평가는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영상편집: 김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