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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간다] '히말라야'보다 높은 계단 두 칸…주민센터 지금은?

[다시간다] '히말라야'보다 높은 계단 두 칸…주민센터 지금은?
입력 2019-12-31 20:05 | 수정 2020-01-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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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간다, 인권사회팀 이유경입니다.

    지난 10월 <바로간다>를 통해 주민센터나 행정복지센터의 장애인 편의 시설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실태, 전해 드렸는데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두 달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다시 가보겠습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민센터.

    지난 10월, 주민센터 직원이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웠던 곳입니다.

    [난곡동 주민센터 직원 (지난 10월)]
    "보통 여기 대거든요. 출근하는데 (이 자리에) 차가 잠깐 없어서…"

    그때와 달리 지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주변에 쌓여있던 쓰레기통과 제설용품도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문제가 됐던 직원에겐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됐고 차는 전용주차장 옆 칸에 세워져 있습니다.

    마침 서류를 발급받으러 주민센터를 찾은 하체 장애 5급의 최 모 씨.

    [최 씨/하체 장애 5급]
    "(차가) 못 들어갔었어요. 짐을 쌓아둬서… 오늘 처음으로 비어있었어요. 그래서 들어올 때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번엔 마포구 신수동의 주민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에 청소용품을 방치하고 자동문도 안 열렸던 곳인데요.

    [신수동 주민센터 직원(10월)]
    "저기네 저기, 찾았어요. 지금 스위치가 꺼져 있어서 잘못 눌려 가지고…"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자동문도 잘 열리고 청소용품도 깨끗이 치워졌습니다.

    열리지 않던 자동문이 고쳐졌고, 변기 앞을 막고 있던 걸레 물짜개와 세면대에 걸려있던 걸레들이 모두 치워진 상태입니다.

    [신수동 주민센터 관계자]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매일 매일 점검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비좁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가 힘들었던 서울 은평구 응암 3동 주민센터.

    [강병재(10월)]
    "빨리 나가고 싶은데… 하하… 비좁아서."

    일단 화장실에 있던 청소용 선반과 청소도구는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문이 열려 있습니다.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하기 어려운 여닫이문이다보니, 주민센터측이 아예 열어둔 건데요.

    건물을 세울 때부터 장애인 화장실이 이렇게 규격 미달로 지어져 당장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은평구 측은 화장실에 자동문을 설치하고 공간 마련 문제는 추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엔 강동구 명일 1동 주민센텁니다.

    민원실이 2층에 있는데,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어르신들이 힘들게 이동했던 곳입니다.

    두 달 지나가 찾아가보니 달라진 것 하나 없이 그대로였습니다.

    이번에도 한 할머니가 건물 입구에 놓인 계단 두 칸을 오르고 나서 잠시 쉬고, 다시 건물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서 숨을 돌립니다.

    [김동인/주민]
    "계단이 많아서 늙은이들 오르내리기가 힘들다고요. 힘들지. 계단이 여기 뿐이 아니고 또 올라가야 하잖아. 나이가 많으니까. 늙은이들 오르내리려면 숨 차지."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이 계단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이 장면.

    입구부터 계단이 막고 있다 보니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밖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주민센터 관계자를 다시 만나 '왜 달라진 게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명일1동 주민센터 관계자]
    "저희는 청사 새로 지어달라는 거 외엔 말씀 드릴 게 없어요. 수십년 동안 이렇게 해왔던 상황을 두 달만에 와서 저희에게 추궁하시면…"

    두 달 만에 청사를 짓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거 물론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2,3만원이면 살 수 있는 경사로를 사다가 설치했다면 적어도 휠체어 이용자가 비는 피할 수 있습니다.

    [고금순/명일1동]
    "여기 못 올라가잖아. 많이 불편해.자주 오는데 경사로 좀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쭉 올라가게."

    어르신이든 장애인이든 누구든 쉽게 찾아가 기댈 수 있어야 할 주민센터가 계단 하나 때문에 에베레스트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다시간다 이유경입니다.

    (영상기자: 이지호, 윤병순 / 영상편집: 장예은 / 자료제공: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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