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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기다리며 잠복까지…'매의 눈' 주민에 덜미

'천사' 기다리며 잠복까지…'매의 눈' 주민에 덜미
입력 2019-12-31 20:23 | 수정 2019-12-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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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북 전주에서 20년째 기부금을 놓고 가는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 상자가 어제 도난 당하는 일이 있었죠.

    기부금을 훔친 용의자들은 다행히 네 시간 만에 붙잡혔는데요.

    차 번호판까지 가렸던 이들이 어떻게 금방 잡혔나 했더니, 평소 못 보던 차량을 수상히 여겼던 주민이 차 번호를 적어놓은 덕분이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어제 오전 10시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앞 골목.

    빨간 상자를 든 남성이 주차된 차량에서 나와 어디론가 뛰어가고.

    30초 뒤, 상자에 뭔가를 담고 돌아와서는 황급히 자리를 뜹니다.

    '얼굴 없는 천사'가 스무 번째 기부금을 놓고 떠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돈을 가지고 달아난 겁니다.

    네 시간 뒤,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35살 A씨와 A씨의 고등학교 후배.

    이들은 컴퓨터 수리점 확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게 된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노렸습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
    "천사에 대한 동영상이 있는가 봐요. 검색해서 26일 (오전) 7시부터 대기를 했고요. 차 속에서, 현장 주변에서…"

    A씨 등은 지난주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을 새가면서 익명의 기부자를 기다렸고, 범행 당일에는 차 번호판을 물 묻힌 휴지로 가린 채 새벽 일찍부터 잠복해 있었습니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이들은 그러나 낯선 차량을 수상히 여긴 주변 상인이 차량번호를 적어 놓는 바람에 꼬리를 잡혔습니다.

    [목격자]
    "차가 한 이틀 동안 서 있고, 혹시 취재기자인 줄 알고 그러지 마시라고 하려고 그 번호를 적어놨던 거 같아요."

    경찰은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제보자를 표창하는 한편, A씨 등에겐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노송동 주민센터 관계자]
    "연락이 한 번 오긴 왔죠. 그냥 모은 돈이 아닌데 그나마 찾아서 다행이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을…"

    선행 20년째.

    뜻하지 않은 도난에 속을 태운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은, 올해 것까지 합쳐 6억 7천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MBC뉴스 한범수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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