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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찜통 휴게실'…"열악한 환경이 사망 원인"

창문 없는 '찜통 휴게실'…"열악한 환경이 사망 원인"
입력 2019-08-16 06:45 | 수정 2019-08-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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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대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비좁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폭염 경보가 발령된 날이었는데, 휴게실엔 에어컨은커녕 창문 하나 없었습니다.

    윤정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0층짜리 서울대 공대 건물.

    지하층 계단 아래를 막아 지은 이 가건물에서 지난 9일 한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새벽 청소일을 마치고 이곳에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동료 청소노동자/서울대]
    "'잠든 거야, 뭐야?' 내가 그랬어요. 근데 대답도 안 해. 가만히 있더라고. 입술을 보니까 새파랗더라고."

    당시 서울은 폭염경보 속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청소도구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이 휴게실엔 열기만 뿜어대는 선풍기 한 대뿐.

    환기할 창문도 없고, 출입문을 열면 학생들 강의실입니다.

    [최분조/민주노총 서울대시설환경분회장]
    "바로 이게 학생들이 다니는 강의실 문이에요. 문을 열어두면 미관상 아주 보기 안 좋잖아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여기는 문을 열어놓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휴게실 문을 1시간 이상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실내 온도는 여전히 30도가 넘습니다.

    휴게실을 옮겨달라, 아니면 에어컨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수년째 요구했지만, 학교 측의 응답은 없었습니다.

    결국, 곰팡이 냄새를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직접 환풍기까지 사다 달아야 했습니다.

    이 열악한 환경이 숨진 노동자의 심장질환을 더욱 악화시켰을 거란 게 동료들의 생각입니다.

    지난해 대학과 공공기관 청소노동자 휴게실 2백여 곳을 조사해보니,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72곳, 3곳 중 1곳 꼴이었습니다.

    지상이 아닌, 지하나 계단 아래에 휴게실이 설치된 경우가 절반이 넘었는데, 대걸레를 빠는 개수대에서 쉬거나, 매케한 매연에 푹푹 찌는 지하주차장 구석에 설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00대학 청소노동자]
    "대기실이 지하 6층 주차장에 있어요. 주차장 공기를 우리가 그냥 같이 마시고 사는 거예요. 지상으로 대기실 좀 올려줬으면 좋겠는데…"

    정부가 냉난방 시설은 물론 최소 6제곱미터 규모를 갖추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정부가 현장 점검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내 전체 휴게실 환경을 자체 점검해, 학교 측에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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