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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할 돈이 없어서…성금 도난에 기부천사도 '당황'

슬쩍할 돈이 없어서…성금 도난에 기부천사도 '당황'
입력 2019-12-31 06:41 | 수정 2019-12-3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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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북 전주에선 해마다 이맘때면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금을 놓고 사라집니다.

    올해로 벌써 20년짼데요. 그런데 어제, 이 기부금상자가 순식간에 도난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범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제 오전 10시 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센터 바깥에 기부금을 놓아 두었으니,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매년 이맘때 거액의 기부금을 놓고 홀연히 사라졌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녀간 겁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바로 돈을 찾으러 나갔지만, 남성이 말한 위치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박다희/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
    "저희가 헤매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왔어요. 천사 분께서 "찾았느냐? 왜 아직도 헤매고 있느냐?"고… "아니, 없다."고 하니까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황당하다"고 (하셨어요)."

    불과 일이분 새, 남성이 놓고 간 6천만원이 든 상자를 누군가 챙겨 사라진 것입니다.

    주변 상인들은, 지난주 목요일부터 수상한 느낌의 SUV 차량 한 대가 계속 동사무소 주위를 맴돌았다고 말했습니다.

    [목격자]
    "차량번호가 가려져 있는 거예요. 사람에게 예감이 있잖아요. 우체국 갔다 온 사이에 벌써 그 일이 벌어진 거예요."

    경찰은 문제의 차량 동선을 쫓았고, 4시간 만에 충남 논산 등에서 용의자인 30대 남성 두 명을 체포했습니다.

    피의자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떠나는 모습을 몰래 지켜본 뒤, 풀숲에 숨겨져 있던 성금을 들고 도주했습니다.

    지난 19년간의 기부 방식을 면밀히 봐뒀다가 범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
    "차량을 특정을 했죠. 등록을 했어요, 수배 차량으로. 가다가 통과 차량 (검사 카메라)에서 걸린 거죠."

    올해로 20년째.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은 무사히 되찾았지만, 순수한 선행조차 범행 표적으로 삼는 세태는 적잖은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MBC뉴스 한범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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