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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못 내면 돈 뱉어내야"…압박에 장애인 투신

"실적 못 내면 돈 뱉어내야"…압박에 장애인 투신
입력 2020-01-04 20:32 | 수정 2020-01-0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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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얼마 전 20대 장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중증장애인들의 취업활동을 도와주는, 정부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안타까운 죽음의 배경에 정부의 실적 압박이 있었던 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임상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서울 노동청 앞 트럭 한 켠에 놓인 영정 사진.

    장애인들이 흐느끼며 헌화합니다.

    지난달 5일 전남 여수에서 다른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일을 하던 뇌병변 장애인 25살 설요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숨지기 직전 설 씨가 동료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그동안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였습니다.

    [박대희/동료 장애인]
    "이런 말도 안되는 일자리로 인해서… 더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투쟁을 했는데 이제는 이 자리에 없습니다."

    설 씨가 하던 일은 지역 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중증장애인 취업지원 시범사업'.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 좋은 취지였지만, 문제는 업무 할당량이었습니다.

    한 달에 4명의 장애인을 직접 발굴하고, 한 명 당 5번은 만나야 하는 조건.

    설 씨처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지역 주민센터 복지관을 돌아다니며 숨은 장애인들을 매달 4명씩 발굴하고 만나러 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도훈/장애인취업 지원 장애인]
    "(취업 연계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2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매달 네 사람을 만나라 이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겁니다. (상담하려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게 되는데 1시간, 심하면 2시간을 기다렸다가…"

    그런데 실적을 다 채우지 못하면 사업기관은 정부에서 지급받은 사업비를 도로 돌려줘야 합니다.

    [조은별/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기관에서 뱉어야 되는 거고 돈이 없으면 (지급했던 수당을) 뺏어야 하는 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설 씨가 '민폐를 끼쳤다'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 건 실적을 채우지 못해 기관에 손실을 끼쳤단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설씨의 죽음은 장애인 지원마저 실적 경쟁으로 내몬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서울노동청을 점거하고 이재갑 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박경석/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그것은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였습니다. 생산성, 실적 중심의 일자리를 돌려서 그 실적에 안 맞았기 때문에 주었던 돈을 다시 뺏어가겠다라는 그 압력 때문에…"

    노동부도 장애인 지원가에게 이런 실적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턴 장애인 지원가를 더 많이 뽑아 이들이 발굴해야 할 장애인 수 부담을 덜어주겠단 계획입니다.

    하지만 실적을 못 채우면 사업비를 환수하는 방침은 바꾸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락, 영상편집: 신재란, 영상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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