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우리 나라 중 고등학생 열 명 중에 한 명은 수학을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라고 합니다.
교과 과정이나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생기는 현상 일텐데, 이 수포자를 줄여 보겠다고 전국 곳곳에서 수십 수백억을 들여 수학 문화관이란 걸 짓거나 지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예산 낭비는 아닌지, 정동훈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노원구, 수학문화관입니다.
수포자를 막기 위해 180억원을 들여 두 달전 문을 열었습니다.
판을 돌려 구슬들이 제각각 쏟아지는 걸 보는 이 조형물은 아이들에게 이항분포와 정규분포를 이해시키기 위한 겁니다.
[장세창/노원 수학문화관 관장]
"정규분포 곡선이 어떻게 보이나, 실제 체험을 통해서 해 보는 겁니다."
막대 자석을 붙이며 노는 장난감으로는 프렉탈기하학을, 당구대를 갖다놓은 건 도형의 각도를 체험으로 이해시키기 위해섭니다.
원주율을 색으로 표현했다는 이 조형물은 아무리 봐도 수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장세창/노원 수학문화관 관장]
"원주율을 얘기하는 건데, 이 원주율을 예술적으로 표현해서 파이(원주율)를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뭔가 신기하니까 수학에 재미를 붙이지 않을까, 기대도 있지만,
[이진아/학부모]
"아이들이 이제 좀 어려운 것도 있는데, 이렇게 만들면서 하고 저렇게 체험해서 하니까 좀 신기해하기도 하고…"
실제 이런 걸로 수학 개념들이 이해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나윤재/초등학교 4학년]
("이걸(지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뭐하는 건지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전국 교육청 관계자들이 찾아와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장세창/노원 수학문화관 관장]
"교육청이라는 교육청은 거의 다 왔다갔다고 보시면 돼요. 만들려고 의지를 자꾸 표명을 해요. 붐처럼 됐습니다."
실제로 이런 수학문화관은 지난해 경남 창원과 서울 노원구에 이어 대전과 울산, 부산 등에도 지어질 예정입니다.
적게는 수 십억원에서 많게는 4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구체적인 운영계획이 없으니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정부의 제동에도 건립을 강행하는 교육청도 있습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
"'수학문화관이 왜 필요하냐'하는 거기서부터 사실은 설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설득작업을 해서 이제 심사통과가 된 거죠."
어려운 수학 교과서, 더 어려운 수학 시험,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교실 현장을 놔둔 채, 일회성 체험으로 수포자를 막겠다는 발상은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란 비판도 제기됩니다.
[김성수/중학교 수학교사]
"일회적으로 재밌죠. 근데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하곤 다른 거잖아요. 아무리 수학 체험관을 수십 개 지어도 수학 부진아와 수학 포기자는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아이들을 직접 가르칠 수학 보조강사를 늘리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교육부는 앞으로 5년간 이런 수학문화관을 전국 17개 시도에 최소 한 개 이상씩은 설치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 영상편집 : 양홍석)
뉴스데스크
정동훈
체험관에서 정규분포곡선을?…황당 '수포자' 대책
체험관에서 정규분포곡선을?…황당 '수포자' 대책
입력
2020-01-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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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01-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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