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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석면 나뒹구는 재건축 현장…어떻게 착공 '허가'가

[단독] 석면 나뒹구는 재건축 현장…어떻게 착공 '허가'가
입력 2020-01-09 19:54 | 수정 2020-01-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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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만 2천여 세대,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공사라는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1급 발암 물질, 석면을 완전히 제거 하지도 않은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사 현장 주변의 주민들도 걱정이지만 그 현장에서 석면의 존재도 모른채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큰 걱정입니다.

    김성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초 본격적인 터파기에 들어간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그런데 낡은 상하수도나 보일러 배관들은 여전히 곳곳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배관 사이의 이음새인 개스킷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40%나 섞여있다는 것.

    이런 석면 개스킷이 1만2천개에 달합니다.

    [석면 제거 기술자]
    ("이렇게 놔두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원래는 이게 아니라 (지하공동구에서) 끄집어내도 안 되고, 산소로 자르고 얘(개스킷)만 끄집어내서 따로 처리해야…"

    원래 이런 배관 개스킷들은 대형 가림막 텐트 안으로 가져와 방진복과 마스크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한 인원들이 석면을 제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석면 폐자재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심지어 석면 제거가 한창인 현장 바로 옆에선 일반 작업복만 입은 노동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토목공사 노동자]
    ("옆에 석면 제거는 다 됐나요?")
    "우리는 몰라요."
    ("석면 제거가 안 돼서 일반 작업할 때 위험할 수 있다는 거 혹시 들어보신 적 있어요?")
    "아니오."

    감리를 맡은 책임자가 이렇게 해선 안된다고 했지만 묵살됐습니다.

    [박영식/둔촌주공 재건축 석면감리단장]
    "석면 제거가 다 끝나지 않고 착공을 하는 경우는 이 현장에서 처음 겪는 거죠. '정상적으로 가는 게 좋겠다' 했더니 그 다음부터 '알았다' 그러고 자기네들끼리 진행을 해버린 거죠."

    재건축 현장 바로 옆엔 중고등학교까지 있어 주민들도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반경복/학부모]
    "항상 체육시간에 밖에서 운동하고 뛰어노는 애들인데 지나가는 주민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 건강상에도 문제가 있고… 학교에 못 보내지 않을까 싶네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등 시공사들은 구청이 착공 허가를 내줬는데 뭐가 문제냔 입장입니다.

    [시공사 관계자]
    "지하구조물에 개스킷이 있다고 해가지고 착공을 하지마라 하는 법도 없어요. 그거는 승인권자의 재량이다…"

    실제로 강동구청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행한 지상 석면 제거가 끝나 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홍보자료까지 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선 석면제거를 먼저 끝내고 착공하라는 조건부 허가였다며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강동구청 관계자
    ("(석면제거와 착공을) 동시에 하고 있으면 문제 아닙니까?")
    "성질이 나죠. 성질이 많이 납니다. 현장소장 불러서 윽박 지르는 건 많이 했어요. 이런 민원이 안 들어오도록 해라."

    시공사들과 조합이 석면 제거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공사를 진행하는 건 오는 4월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란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분양가 상한제 적용한다면, 처음에 관리처분할 때 그 수준에서 (분양가가) 못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강동구청은 시공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거나 노동청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성현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 영상편집: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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