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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 원흉 택시 사납금…이름만 바뀌고 그대로

'불친절' 원흉 택시 사납금…이름만 바뀌고 그대로
입력 2020-01-09 19:59 | 수정 2020-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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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하루에 손님을 몇 명 태우든 택시 기사가 의무적으로 회사에 꼭 내야 하는 돈, 사납금.

    택시업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사납금제가 올해부터 폐지되고 월급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름만 바뀐 사납금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기사들에게 더 불리해졌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이준희, 강연섭 두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 리포트 ▶

    9년째 택시를 모는 전하열 씨가 새벽 5시에 나와 11시간 동안 번 돈은 8만 4천3백 원.

    사납금 12만 8천 원에 4만 4천 원이 모자랍니다.

    1시간 뒤면 교대라 마음이 급해집니다.

    [전하열/택시기사(9년)]
    "(사납금 못 채우면) 월급에서 까죠. 오늘은 좀 일이 잘 안 되다 보니까…"

    사납금을 채워야 하니 과속도 하게 되고 손님을 골라 태우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전하열/택시기사(9년)]
    "오후 5시 교대니까 2시 이후에는 멀리 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 12시간씩 한 달 26일을 일해 사납금 333만 원을 채우면 전 씨에게 남는 돈은 월 2백만 원 정도.

    지난해 택시 노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올해부터 사납금제 대신 번 돈을 회사에 모두 입금한 뒤 일정한 돈을 받는 전액관리제, 사실상 월급제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시행되고 있을까.

    최근 서울지역 택시업계가 맺은 임금협정입니다.

    '월 기준 운송 수입금'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 못 채우면 상여금과 승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기준을 정해놓고 못 채우면 기사의 수입에서 제하는, 사실상 변형된 사납금제입니다.

    더구나 이월 기준금이 기존 사납금보다 75만 원 더 많아 기사가 회사에 낼 돈은 오히려 하루 3만 원 더 늘었고, 기준금 이상 매출은 회사가 40%를 가져갑니다.

    [정덕영/택시기사]
    "덜 벌었을 때는 월급에서 까놓고서 인제 와서는 더 번 거에 대해서 6대4로 나눠 먹겠다? 이런 악법이 어디있냐고요."

    택시회사들은 월급제를 하면 퇴직금 등 비용이 늘어나는데다 운행실적이 다른 기사들에게 똑같은 월급을 줄 순 없다고 말합니다.

    [이양덕/전국택시연합회 상무]
    "저성과 근로자와 고성과 근로자의 차이를 없애라고 지금 국토부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안 된다면 월급제 시행이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 부분이죠."

    국토부는 이런 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5백만 원 정도인데다 택시회사들도 소송으로 맞선다는 입장입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 리포트 ▶

    사납금이 현대판 노예제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유는, 택시회사의 매출을 100% 사납금으로 기사들이 떠안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도 함께 책임을 나누자는 게 월급제인데 또다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상황, 대안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이미 20년 전부터 사납금 대신 월급제를 하고 있는 서울의 한 택시회사.

    일단 기본급 140만 원은 보장됩니다.

    여기에 운행 실적만큼 성과금을 더 주는데, 기사 160명의 월급이 모두 공개돼 운행 실적 차이가 사납금 회사처럼 불이익을 주는 수단이 아닌 동기 부여가 됩니다.

    [박호근/고려운수 노조 지회장]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기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벌어갈 수 있는지 그런 기대감 그런 것들 때문에…"

    작년 4월 카카오가 50개 택시회사와 손잡고 내놓은 승차거부 없는 택시회사.

    이곳은 택시 가동률을 높여 빈 차로 운행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대안을 찾았습니다.

    [유희승/카카오 가맹택시회사]
    "공차율이 많이 줄어서 수입 증대가 됐다고 봅니다. 민원은 거의 7~80% 줄었고, 사고 같은 경우도 그 정도 줄고요…"

    사납금 압박에 9달 전 이곳으로 옮긴 김경남 씨는, 업무 강도는 세졌지만 근로시간은 줄고 월급은 100만 원가량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김경남/택시기사(30년)]
    "(근무시간이) 1시간 이상은 줄었다고 봐야죠. 매출에 대한 신경을 안 쓰니까 자기한테 주어진 시간만 충실하게 하다보면 나름대로 정해진 기준금 이상을 항상 하고 있어요."

    타다 등 모빌리티 업계의 진입에 제한을 두는 대신 택시회사들도 기사들의 처우를 올려줘 서비스를 높이기로 했던 사회적 합의.

    그러나 택시 회사들이 변화의 노력보다는 예전 방식만 고집한다면 서비스 개선도, 사회적 합의의 정신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연섭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김효준VJ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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