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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남형석

[로드맨] 이래서 '가맹점' 하겠어요?

[로드맨] 이래서 '가맹점' 하겠어요?
입력 2020-01-11 20:25 | 수정 2020-01-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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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프랜차이즈 전성시대입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가맹사업의 브랜드 수는 5배 가까이 늘었는데요.

    본사와 가맹점, 상생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본사 때문에 못 살겠다는 가맹점이 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 영상 ▶

    1. GS수퍼마켓

    이곳은 서울 사당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입니다.

    지금 수퍼마켓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데요.

    [김장훈/전 GS수퍼마켓 점주]
    (왜 폐업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지금까지 한 1억 4,600 정도가 손해를 봤습니다, 제가. (본사에서) 1년에 7천만~8천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했는데, 일 600만 원까지 매출 올렸는데도 손익이 적자가 나서 본사에 해지 계약을 요청했는데, '운영을 한 번 더 해봐라. 특별 관리해주겠다'고 해서 다시 시작을 한 거죠."

    본사 측은 이런 식으로 김 씨에게 지원금까지 줘가며 세 차례나 폐점을 말렸습니다.

    왜 그랬을까?

    내부 자료에는 김 씨가 손해를 봐 가면서도 매장을 유지하는 게 본사 측의 손실이 가장 적다는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장훈/전 GS수퍼마켓 점주]
    "그러다가 이제 여기 인근 저쪽에 직영점을 오픈하면서 더 수익이 악화됐죠."

    [김장훈/전 GS수퍼마켓 점주]
    "(새로 생긴 매장은) 회사에서 직영하다 보니까 물건들도 좀 저렴하고, 배달 쪽에서도 직영점은 2대, 3대 운영을 하니까. 성수기 같은 경우에는 1일 평균 200만 원이 넘게 빠졌고요. 무너지죠, 마음이. 억장이 무너지죠. 힘들었습니다."

    회사 측 주장대로 김 씨의 경영 능력이 부족해서일까요?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김 모 씨(가명)/GS리테일 관계자]
    "수익이 안 나는 점포들을 가맹점으로 전환을 많이 했고요. (가맹점은) 수익을 내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로 가기 때문에. 일부 (흑자) 점포들은 여기 회사 퇴직자 중에 좀 이렇게 고위직이셨던 분들한테는 일부 드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이익이 많은 점포 상위 40여 곳은 모두 직영점 차지였습니다.

    2. 이니스프리

    이 화장품 업체의 점주들도 최근 본사를 상대로 잇따라 집회를 열었습니다.

    [전혁구/이니스프리 가맹점주]
    "경쟁할 수 없는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온라인쇼핑몰 들어가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가 본사한테 받는 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를 하고 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사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혁구/이니스프리 가맹점주]
    "(고객이) 구매하려고 왔는데 저희는 제품이 없어요. 왜. 온라인 전용으로 팔아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데 우리가 요청해서 달라고 해도 안 주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된 겁니다. 매장은 텅 비어있고."

    실제 이 화장품 업체의 가맹점은 1년 사이 100곳 넘게 폐점됐습니다.

    로드맨이 다녀온 매장들.

    본사의 입장은 어떨까요?

    먼저, GS리테일은요.

    "새로 생긴 직영점은 출점 제한 구역, 즉 300미터를 벗어나 있어서 상권이 겹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손실을 줄이려 폐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선 "폐점을 안 하는 게 점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익이 많이 나는 매장이 거의 다 직영점인 이유는 "주로 대형 매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도, 흑자 가맹점을 전직 고위 임직원들이 대부분 가져간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음 이니스프리 측은요.

    "온·오프라인 등 유통 채널마다 거래방식이 다르지만 특별히 가맹점에 불리하게 공급하진 않는다"고 말했고요.

    온라인에서만 싸게 팔리는 일부 제품은 "본사와 무관한 덤핑 물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맹점과 온라인에 제각기 얼마에 납품하는지는 역시 영업 비밀이라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본사를 원망하는 가맹점들이 많은데요.

    최근에는 이른바 '오너리스크' 문제로 고통을 겪는 가맹점들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3. 아오리라멘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본사의 대표이사였던 한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한 라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입니다.

    손님들 오면 인터뷰를 좀 하려고 했는데 손님이 거의 안 오셔서 지금 인터뷰를 못 하고 있습니다.

    [구동현/손님]
    "원래 이런 거 (인터뷰)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이 가게가 없어질까봐 하는 거예요. 승리 사건이 터지면서 그 전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지금은 다음 주에 오면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일부 가맹점 주들은 지난해 본사와 가수 승리 등을 상대로 15억 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오리라멘 가맹점주]
    (그 사건 이전에 예를 들어서 손님이 100이었다. 그럼 그 이후는?)
    "10에서 15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90%가 줄어들었단 말씀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가맹비 자체도 연예인 프리미엄이라는 게 붙었고, 승리의 배경을 기대하고 이 가맹점을 시작했던 건 사실입니다."

    4. 봉구스밥버거

    이보다 앞서 오너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업체의 가맹점들 역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관/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
    "참담하죠. '마약이 들어가서 맛있었나봐' 그런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으니까."
    (그럼 본사 측에서는 대응을?)
    "본사에서는 좀 지나서 사과문 하나 올린 게 그게 다입니다. 점주들이 이 사업을 한 번 망할 때는 가정이 망한다고 생각을 해주셔야 합니다."

    가맹점주들은 재작년, 공정거래위원회에 피해 신고서를 냈지만, 공정위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식음료 프랜차이즈의 신뢰도가 왜 추락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는데요.

    2위가 회사 대표와 기업주의 갑질, 3위가 프랜차이즈의 불합리한 관행이었습니다.

    본사를 믿고 장사하기에는 무서운 세상이라는 거죠.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이른바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개정됐는데요.

    이 법에 따르면 '가맹본부의 위법행위로 점주가 피해를 보면 본부 측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걸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까요?

    먼저 개정된 법에 따르더라도 결국 그 손해를 입증하는 건 가맹점주의 몫인데, 그게 어렵다는 거죠.

    게다가 2019년 이전에 차린 수많은 가맹점들은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법을 더 다듬자는 개정안이 17차례나 더 발의됐습니다.

    그만큼 개선될 여지가 많은 법이란 거겠죠?

    하지만 개정안들은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잠들어 있습니다.

    ◀ 기자 ▶

    오너리스크 방지법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전담팀을 만들어 가맹점 보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바뀐 법과 제도가 가맹점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요?

    지켜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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