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려운 형편에도 아이를 낳아서 꿋꿋이 키우고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가난 때문에 힘겨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10대 청소년 부모들 인데요.
임신 중엔 찜질방을 전전하고, 아이를 낳아도 일정한 주거지가 없어서 기초 생활 수급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의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갓 스무살이 된 은정 씨는 아직 100일도 안 된 딸을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된 건 지난해 고3 때, 부모님과는 아예 연락이 끊겼고, 학교는 중퇴했습니다.
[김은정(가명)/청소년 부모]
"엄마는 아예 '병원을 잡겠다' 하고 있고 '낙태를 하라' 그래서 엄마랑은 아예 연을 끊자고 그러면은…"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애 아빠까지 떠났습니다.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려 했지만 공황장애가 있다며 받아주지 않아 찜질방 등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김은정]
"찜질방에는 새벽에 들어갔어요. 왜냐하면 (밤) 8시에 (미성년자를) 잡거든요. 그 전에 들어가서 숨어 있고, 그 다음에 공원 같은 데 돌아다니고…"
끼니를 굶다 지쳐 기초생활 수급이라도 신청해보려 했지만, 미성년자에다 주소가 불분명하단 이유로 퇴짜를 맞았습니다.
[김은정]
"(기초)수급자 그런 것도 제 주소지에서 조사를 받아야 돼요. 그러니깐 주소지가 여기랑 다르니까 지원을 못해준다는 거예요."
국내 처음 실시된 청소년부모 실태조사 결과, 출산 평균 연령은 18.7세.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열 명 중 네명은 낙태나 입양을 권유받았습니다.
가족 지원도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전체의 53%는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했습니다.
월세 보증금이나 생계비, 공과금을 내려고 많게는 수천만 원 빚을 지기도 했습니다.
3살 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23살 서영씨도 10대 미성년 나이를 벗어나서야, 월 35만원의 한부모 지원금과 임대주택 전세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서영(가명)/23살 한부모]
"(지원을 못 받을 때) 보험이랑 뭐 대출값 이런 거 때문에 한 달에 나가야 되는 돈이 그래도 100만원이다보니까 진짜 저한테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없었는데…"
청소년 시기에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 경우는 한해 1만 4천여 명.
생계와 양육 외에도 사회적 편견이란 부담까지 견뎌야 하는 이들에겐 자립을 위한 복지제도가 누구보다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은정(가명)/ 청소년 부모]
"일단 저는 책임을 진 거잖아요. 제가 한 선택이고, 제가 잘 키우고 있으면 되는 거고… 그러니깐 너무 손가락질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 취재 : 남현택 / 영상 편집 : 김현국)
뉴스데스크
곽동건
"임신하고도 갈 곳은 찜질방 뿐"…청소년부모 실태
"임신하고도 갈 곳은 찜질방 뿐"…청소년부모 실태
입력
2020-01-22 20:35
|
수정 2020-01-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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