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신수아

[바로간다] 동네 떠나가라 춤추며 "호랑나비"…신개념 동안거?

[바로간다] 동네 떠나가라 춤추며 "호랑나비"…신개념 동안거?
입력 2020-01-29 20:30 | 수정 2020-01-30 17:31
재생목록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신수아 기자입니다.

    불교에선 겨울이 되면 조용히 속세를 떠나 수행에 정진하는 기간이 있습니다.

    '동안거'라고 하는데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등 9명의 스님이 경기 하남에서 이 동안거에 들어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주변에선 시끄럽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경기 하남의 위례 신도시.

    신축 공사 중인 아파트 옆으로 넓은 땅이 보입니다.

    지난 15일, 이곳을 찾아갔습니다.

    축제가 한창입니다.

    간간히 들려오는 불경 소리가 트로트 소리에 묻히고,

    "으아~ 들이대~"

    유명 가수와 한복 입은 10여 명의 불교 신도들이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춥니다.

    "호랑나비야 날아봐~ 날아~ "

    후끈 달아오른 축제 열기.

    신자들이 모두 일어나 장단을 맞춥니다.

    "큰 스님을 달래주네~"

    도선사, 봉은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불교 신도들이 '합창 축제'를 열고 있는 겁니다.

    "<한 세 번만 들이대겠습니다. 큰 스님 힘내세요~> 힘내세요! <힘내세요~> 힘내세요!"

    2시간 반 동안의 축제가 끝나자 신도들은 줄을 맞춰 무대 뒤편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비닐하우스를 향해 절을 하기 시작합니다.

    왜 절을 하는 걸까?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등 스님 9명이 동안거를 하고 있는데, 신자들이 절을 하며 소원을 빌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안거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속세를 떠나 조용하게 참선하는 걸 말하는데요.

    자승 스님은 어찌 된 일인지 아파트 공사장 옆 비닐하우스에서 시끄러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동안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10일과 15일 뿐 아니라, 이번 겨울 수시로 이런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조계종 측은 대중과 함께하는 새로운 수행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승스님은 동안거에 들어가며 "노래하는 것도 다 용맹정진이고 결사니 누구든 와서 큰 마당을 만들어 달라"며,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함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음입니다.

    조계종 부지는 아파트 단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을 한 번 보시면요.

    거리는 불과 40미터.

    이런 까닭에 지난 11월부터 3달째 소음이 계속되자 주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집단 민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 A]
    "11월 4일날 주차, 소음 이런 문제가 최초로 시작된 거죠. 이 때 1천 명 정도가 몰렸어요..이 때부터가 '아, 이게 문제구나'"

    얼마나 시끄러운지 소음을 직접 재봤습니다.

    낮 시간 주거지역 소음기준은 65 데시벨.

    합창을 할 때는 100 데시벨을 훌쩍 넘었습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와 맞먹는 수칩니다.

    30년 동안 불교 신자였다는 아파트 입주예정자는 이런 동안거를 처음 봤다고 말합니다.

    [입주예정자 B]
    "동안거는 저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정말 조용히 숨소리도 나지 않게 하는 겁니다. 동안거·하안거가 축제란 소리는 저는 지금 불자로 한 3, 40년 했는데 들어본 적이 없어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스님들의 동안거 장소인 비닐하우스 1동을 포함해 임시 법당으로 쓰고 있는 가건물과 사무실 모두 불법 건축물입니다.

    허가 없이 지은 이 시설들을 철거하지 않으면 1억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남시청이 통보했지만, 조계종은 이를 무시하고 동안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래 이 땅에는 문화재 관련 시설과 법당이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입주예정자 C]
    "(모델하우스에서) 안내하시는 분 이야기도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라서 소음이나 그런 일반 절이 아니라고 말씀하셨고.. 또 (법당은) 지하에 생긴다고 하셔가지고…"

    그런데 조계종은 돌연 계획을 변경해 이곳에 대규모 포교당을 짓겠다는 입장이어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과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불법 건축물 사용과 부지 사용 계획이 변경된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조계종 측은 모든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바로간다, 신수아입니다.

    (영상취재: 김동세 / 영상편집: 정소민 / 영상출처: BBS불교방송)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