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김아영 기자입니다.
한 복지재단이 노인요양시설을 짓다가 우연히 여러 점의 유해를 발견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가족들을 찾아 유해를 돌려주기는커녕 공사만 서두른 셈인데요.
당시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건축주로부터 유골을 버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무슨 사연인지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 가파른 산비탈을 10분 정도 올라갔더니, 낙엽이 잔뜩 쌓인 산 중턱에 갑자기 붉은 깃발 하나가 눈에 띕니다.
"빨간 깃발! 여기예요."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A 씨는 3년 전, 이곳에 이름 모를 유해 여러 점을 몰래 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씨]
"제가 꽂아놨어요, 나중에 확인하려고. 밑에 계세요, 지금. 볕이 잘 들었었고…저쪽에 무덤이 있으니까 그 라인으로 해서 인근에다가 모시자고 했었어요."
유해가 발견됐을 당시의 사진입니다.
한지 위에 정체불명의 뼈들이 쌓여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개골 등이 보입니다.
당시 A 씨가 산 아래 공사장에서 2층짜리 건물 한 동을 짓다 유해를 무더기로 발견했습니다.
두 개의 관과 함께 발견돼 누가 봐도 사람의 유해였습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씨]
"관이 두 기가 나왔고 두개골이 두 개 이상 됐던 걸로 기억이 나요. 시신이 두 구 이상…"
현행법상 남의 분묘를 개장할 때는 3개월 이상, 해당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나 유족 등이 알 수 있도록 신문 등에 공고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건축주는 뜻밖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유해를 다른 곳에 몰래 내다버리라는 겁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씨]
"저희가 흙을 퍼내고 있었거든요. 사토를 반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건축주가) '(유해를) 같이 내버려라' 그렇게 지시를 했죠."
유해를 직접 수습했던 굴삭기 기사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당시 굴삭기 기사]
"(건축주가) 올라와서 보고선 (유해를) '덤프로 실어보내라, 없애라'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저희들은 그렇게 못한다고 그랬어요."
고심 끝에 A 씨는 건축주 모르게 이 유해를 모아 인적이 없는 야산에 옮겨 묻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에 조촐한 제사도 치러줬습니다.
A 씨는, 당시 건축주가 유해 처리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걸 막으려던 게 아닌지 짐작할 뿐입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씨]
"이런 일이 생기면 경찰서든 허가 관청에 신청을 해야 되고.. 그럼 자기가 원했던 기한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니까…"
문제의 공사 현장엔 지난해 초 2층짜리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섰습니다.
확인 결과, 건축주는 2012년부터 이곳에서 별도의 요양원을 운영해오던 한 복지재단의 대표이삽니다.
[공사업체 관계자 A 씨]
"나라에서 기금 받아서 운영하는 대표가 유골이 발견됐는데 '내버려라'…이 일을 계속 가슴에 담고 가는 게 불편했어요."
대표이사는 유해를 버리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며 공사 관계자가 음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복지재단 대표이사]
"나는 그런 사실을 나중에 (유해를) 정리했다고 그 말만 들었어요. 보고를 받았다고. 임야에다가 잘 모셨다고…그런 사실을 난 사전에 몰랐어요."
하지만 대표이사는 유해의 신원이나 유족을 찾기 위한 공고를 한번도 내지 않았고 두 명의 유해는 지금도 엉뚱한 곳에 묻혀 있습니다.
바로 간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김희건 /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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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바로간다] 요양원 땅 파자 '유골'이…흙 버릴 때 같이 버려라?
[바로간다] 요양원 땅 파자 '유골'이…흙 버릴 때 같이 버려라?
입력
2020-02-04 20:22
|
수정 2020-02-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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