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와 수상 소감을 들어보면 영화를 많이 인용한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실제로 그의 말은 영화 제목이나 감독의 이름 또 감독의 철학, 명대사로 채워져 있는데요.
언어가 증명하듯 그의 삶도 영화로 가득찬 삶이었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감독상을 수상한 순간
봉준호 감독의 입에선 한 거장의 이름이 나왔고, 최고의 칭찬에 감격과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거장의 표정은 이번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가 한 이야기입니다."
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우상 스콜세이지 감독을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지 다시 설명했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데이비드 톰슨이 쓴 스콜세이지에 관련된 책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밑줄을 치면서, 쳐놨었던 그런 문구였어요. 오늘 같은 이런 영광스러운 장소에서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되게 기뻤습니다."
이번 수상식은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얼마나 빠져 살아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동료 감독들과 트로피를 나누고싶다며 거론한 텍사스 전기톱이란 실은 1974년 만든 호러영화이고
[봉준호/'기생충' 감독]
"텍사스 전기톱으로 (상을) 이렇게 5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존중하는 동료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에겐 마치 준비한듯 형님이란 한국 표현을 붙였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했던 우리 쿠엔틴 형님이 계신데, 정말 사랑합니다. 쿠엔틴 사랑합니다."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된 뒤에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라며 자신의 상태를 영화 '인셉션'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거장 히치콕은 항상 빼놓지 않습니다
[봉준호/'기생충' 감독]
"영화가 보여주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을 되게 제압하고 싶어요. 히치콕이 늘 그랬던 것처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주말의 명화같은 외화를 보며 영화 감독을 꿈꿨다는 소년 봉준호.
[봉준호/2013년]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들을 엄청 많이 봤었죠. 병적으로 집착하면서.. 영화를 너무 알고 싶었죠. 같은 영화를 수십 번 되돌려보기도 하고."
감격의 수상 소감들 곳곳에는 또다른 거장 지금의 봉준호를 만든 모든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감사와 존중이 깊이 담겨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편집: 김재환 / 영상출처: 유튜브(American Cinematheque) /영상제공: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뉴스데스크
윤상문
영화로 기뻐하고 영화로 감사하고…"뼛속까지 영화"
영화로 기뻐하고 영화로 감사하고…"뼛속까지 영화"
입력
2020-02-12 19:51
|
수정 2020-02-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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