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던 20대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의료 과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수사에 착수했는데, 당시 진료기록을 봤더니 제대로 기록된 게 없을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응급처치가 엉망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양소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지난달 14일 이 병원에서 비중격만곡증과 코 성형 수술을 받던 27살 원 모 씨가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비중격만곡증 수술은 코 안의 막을 교정하는 것으로 수면 마취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수술이 시작된 건 낮 12시 반, 1시간 반쯤 지난 오후 2시, 원 씨의 호흡과 혈압 수치가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원 씨 동생]
"2시 20분에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심정지가 와서 더 큰 병원에 가야 될 것 같으니까 보호자분 와 달라'고…"
원 씨는 급히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심정지에 의한 뇌 손상, 즉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원 씨의 가족들은 병원 측이 초동 대처에 실패해 원씨가 식물인간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원 씨 어머니]
"아이가 저 지경이 되도록 왜…제대로 했으면 저렇게 되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원 씨의 수술 당시 진료 기록입니다.
'12시 30분, 수면마취를 시작'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성분의 약물을 얼마나 투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낮 12시 50분, 코 수술이 시작됐고 2시쯤 원 씨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시작된 뒤 약 1시간 동안 환자의 호흡이나 혈압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정이원/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
"(상태가 나빠진 게) 어느 시점인지 모르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한데,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된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술을 집도한 이 병원의 원장은 '환자의 체중 등을 고려해 문제가 되지 않는 양의 수면 마취제를 투여했다'고만 가족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의료진들이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당시 출동했던 119 구급대의 활동 일집니다.
'구급대원은 오후 2시 10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원 씨는 현재 다른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조만간 원 씨의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 씨 어머니]
"보고 있으면 자고 있는 것 같아서, 금방 일어날 것 같은데…이제 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니까. 진짜 기적밖에 없다고 그러는데…"
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족들의 진정을 접수한 뒤 성형외과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취재진은 병원 측에 반론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경찰이 조사 중인 사안으로 지금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만 전했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 영상편집: 유다혜)
뉴스데스크
양소연
[단독] 코 수술 받다 '심정지'…"응급 처치도 안 했다"
[단독] 코 수술 받다 '심정지'…"응급 처치도 안 했다"
입력
2020-02-12 20:27
|
수정 2020-02-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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