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고현승

[단독] 큰 태극기 내건 할머니…"김치 넣어줘 제대로 식사"

입력 | 2020-02-13 19:48   수정 | 2020-02-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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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 배에는 한국인 탑승자가 14명 있는데 저희가 이 중 60대 승객 한 명과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격리 생활이 벌써 열흘째인데 한국 영사관이 보내준 김치를 먹고 힘을 내고 있다면서 창밖으로 태극기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요코하마 항에서 고현승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승객과 승무원 3천 5백여 명이 격리중인 대형 유람선, 1천 3백여 객실 가운데 테라스에 태극기를 내건 객실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해당 객실 승객은 오사카에 거주하는 60대 한국인 여성, 전화를 연결해 내부 상황을 물어보니, 벌써 열흘째 사실상 객실안에 갇혀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인 승선자(오사카 거주)]
″아침에 일어나가지고 베란다에 나가 체조하고 TV보고 그 정도지요. 많이 나가봐야 베란다 왔다갔다 하는 정도죠.″

식사도 객실 내에서 승무원들이 가져다주는 간단한 음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승선자(오사카 거주)]
″밥은 메뉴를 하나씩 정해가지고 한 개씩 오거든요. 덮밥이라든가.″

한국인 승선자 14명 가운데, 승객 8명과 승무원 1명은 일본 거주자인데, 각각 고립된 상태여서 서로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인 승선자(오사카 거주)]
″나가지도 못하죠. 밖에. 우리는 여기 베란다라도 있으니까 밖에 나오고 하지만…″

지난주 한국 영사관의 연락을 받은 이 여성은 김치와 라면 등 식료품과 함께 별도로 태극기를 요청해 전달받았습니다.

[한국인 승선자(오사카 거주)]
″나 단 한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신경써주고 있다고 국가가 신경써주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가지고요… 내가 태극기를 걸었어요.″

함께 격리돼 있는 일본인 남편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고 감사를 전했습니다.

[한국인 승선자 남편]
″유감스럽게도 일본 정부에서는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도 안 넣어주는데, 한국에서 김치를 넣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한국 영사관은 매일 한국인 승선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확진자나 의심 환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희찬/요코하마 총영사]
″(한국인) 감염 환자가 한명도 없습니다. 검사받으신 분들도 없고,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밀 검사를 받은 3명 중 1명 꼴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집단 감염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불안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집단 감염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지병이 있는 사람, 80대 이상 고령자, 창문이 없는 선실 승객 등에 대해 우선 정밀검사를 거친 뒤, 이르면 내일부터 배에서 나올 수 있게 할 방침입니다.

배에서 내리더라도 검사 결과 양성이면 입원 조치하고, 음성이면 정부가 마련한 숙박시설에서 오는 19일까지 계속 격리할 계획입니다.

요코하마항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 이장식,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 : 안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