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생충에 등장해 세계적인 주목을 끈 먹거리들 하나하나에도 봉준호 감독의 치밀한 연출이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린 기업들이 이색적인 기생충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황의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여보세요?"
"저기 아줌마, 짜파구리 할 줄 아시죠?"
"짜파구리?"
대표적인 서민적인 음식이지만, 영화에선 값비싼 한우 채끝살이 추가되며 독특한 메뉴가 됐습니다.
아이들이 인스턴트 식품을 좋아하는 건 부잣집든 아니든 똑같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세심한 연출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가족이 반지하방에 모여 앉아 마시고 있는 이 맥주.
일반 제품보다 맥아 함량이 크게 낮아, 마트에선 12캔에 1만원에 팔리기도 한 대표적인 저가 맥줍니다.
역시 주머니 가벼운 집안 사정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설정입니다.
영화가 '아카데미 4관왕'이란 대기록을 세우며, 사회적 양극화를 상징하던 이 먹을거리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너구리 사서 한 번 해먹어 봐야지, 짜(파)구리."
GS25의 경우, 해당 라면 매출이 1년 전보다 60% 넘게 증가했고, 맥주도 20% 이상 더 팔렸습니다.
[이용재]
"과거 방송에서 노출된 부분도 있어서 먹어 본 추억도 있고, 이번에 기생충 나오면서 한 번 재조명 돼서 먹어보려고 구매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영화 기생충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은 물 들어 올 때 노를 젓자는 심정으로 관련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짜파구리용 라면을 함께 구매하면 가격을 깎아주는 행사가 등장했고,
"너구리와 함께 사면 10% 할인도 해드려요."
한 편의점 업체는 스테이크까지 곁들인 이른바 '기생충' 세트까지 내놨습니다.
제조업체는 짜파구리 전용 용기면을 미국에 출시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열풍은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영화 한 구석에 잠깐 등장했던 고가의 스페인 감자칩이 갑자기 주문이 150%나 폭증해 제조업체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가 하면, 역시 영화에 단 3초 노출된 칠레의 와인회사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가 영화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판에 글을 내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기생충과 아카데미의 '기분 좋은' 위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황의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현 / 영상편집 : 위동원)
뉴스데스크
황의준
봉테일보다 더 디테일?…재빠른 기생충 마케팅
봉테일보다 더 디테일?…재빠른 기생충 마케팅
입력
2020-02-15 20:28
|
수정 2020-02-1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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