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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유서에 담긴 '마사회' 부조리…석 달째 멈춘 운구차

[소수의견] 유서에 담긴 '마사회' 부조리…석 달째 멈춘 운구차
입력 2020-02-16 20:33 | 수정 2020-02-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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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사회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고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지 석달이 다 되어갑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아직도 문 기수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곽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시신을 실은 운구차와 이를 막는 경찰.

    "고인이라고, 고인."
    "자, 채증해. 채증."

    유족과 시민단체가 고 문중원 기수의 시신을 분향소 근처로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문 기수가 숨진 지 어느덧 석 달이 돼가지만 시신을 태운 운구차는 여전히 거리에 멈춰있습니다.

    통산 156승을 거둔 배테랑 기수의 극단적인 선택.

    문중원 기수는 경마 경기에서 감독역할을 하는 조교사 개업을 오랜시간 준비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자비를 들여 영국, 호주, 일본으로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마사회의 개업 자격심사에서 번번히 탈락했습니다.

    문 기수는 유서를 통해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먹고 하라고 한다"며 심사합격을 위해서는 "그저 보이지 않는 힘이 필요할 뿐"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정말 실력보다 인맥이 더 중요한 걸까?

    지원자 5명 중 2명이 합격한 지난 2018년 심사 결과를 살펴봤습니다.

    당시 심사에 참여한 위원은 총 7명.

    외부위원 2명과 마사회 직원으로 구성된 내부위원 5명으로 돼있습니다.

    그런데 외부위원 2명은 문 기수에게 합격권인 2위 점수를 준 반면, 마사회 내부위원 5명은 모두 탈락대상인 3위에서 5위의 낮은 점수를 줬습니다.

    [김혜진 위원장/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故 문중원 기수가) 높은 분에게 잘 보이지 않아서 '내가 결국 이번에 되지 못할 거다'라는 소문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확인해주는 사례…"

    문 기수가 한 고위 임원의 실명과 함께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한 것에 대해 마사회 측은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교사 개업심사 때 외부위원의 심사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경마 노동자의 극단적인 선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에도 박경근, 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어진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경마장에서 5년간 62건의 산재은폐가 이뤄지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내부징계 규정이 허술해 책임자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사회의 자정능력을 믿을 수 없다며 유족들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오은주/故 문중원 기수 부인]
    "그동안 부산경마장에서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저는 제 남편을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기수와 관리사들을 위해서, 더 이상 죽을 수 없기 때문에, 죽음을 막기 위해서, 죽음의 경주를 멈추기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MBC뉴스 곽승규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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