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오늘은 시각 장애를 가진 선생님들의 이야기 인데요.
아이들 가르치랴 행정 업무하랴 매일매일 정신 없이 살아가는 시각 장애 선생님들이 교육부가 새로 만든 전산 프로그램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조희형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10년째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헌용 선생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 시각 장애인입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비장애인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가르칠 수 있다는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김헌용/중학교 교사(시각장애인)]
"한 학생이 저에게 쪽지를 주고 갔어요. '선생님이 걸어다니시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에요' 장애인으로서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있다는 그 사실조차도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겠구나."
그런데 최근 김 선생님에게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교육부가 올해 새로 도입한 행정 업무 시스템인 K-에듀파인 때문인데요.
[김헌용/중학교 교사(시작장애인)]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더 암담한 것은 그렇게 배워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문을 보거나 학교 예산을 신청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이 조작하기가 너무 힘들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공문을 읽기 위해 로그인을 해봤습니다.
메인화면에 들어가자 수십 개의 메뉴가 뜹니다.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에 따라 원하는 메뉴를 클릭해야 하는데,
"공람, 문서, 발송대기."
메뉴가 워낙 많다보니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헌용]
"지금 탭을 스무번정도 눌렀더니 문서관리가 나왔어요."
어떤 메뉴는 제대로 읽지도 못합니다.
"통합, 버튼, 버튼, 버튼."
[김헌용/중학교 교사(시작장애인)]
"지금 (음성 안내가) '버튼', '버튼', '버튼'이라고만 하네요. 그게 어떤 버튼인지 제가 알 수가 없네요."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류가 나기도 합니다.
[김헌용]
"잠시만요. 또 이상한게 떴네…아유 참 답답해…"
바뀌기 전 프로그램은 쉽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창이 열리면 음성 안내가 나오고
"창열림."
메뉴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교육부는 이 프로그램을 없애고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1천 500억원을 썼습니다.
문서 하나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한 시간.
선생님들은 아이들 교육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헌용/중학교 교사(시작장애인)]
"교사는 첫째도 학생이고 둘째도 학생이고 셋째도 학생인데…수업 연구를 해야 할 시간에 웹페이지를 탐색하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절망적으로 다가와요."
K-에듀파인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교육공무원은 1천 41명.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된 교육부는 개선 작업에 착수했지만 언제 고쳐질 지 기약은 없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 / 영상편집: 신재란)
뉴스데스크
조희형
[소수의견] "공문 보는데 1시간"…시각장애 선생님들 어떡하나
[소수의견] "공문 보는데 1시간"…시각장애 선생님들 어떡하나
입력
2020-02-17 20:34
|
수정 2020-02-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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