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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아니라서 검사 못 해"…전전하다 숨져

"신천지 아니라서 검사 못 해"…전전하다 숨져
입력 2020-02-29 20:05 | 수정 2020-02-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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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대구의 의료 상황입니다.

    대구에서는 지금 천 명이 넘는 환자가 병상이 없어서 집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틀 전엔 자가격리 중에 숨진 환자가 나왔는데, 어제는 70대 환자가 검사도 받지 못한 채 보건소와 병원을 전전하다 숨을 거뒀습니다.

    이 환자는 신천지 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제 발생한 16번째 사망자는 71살 여성 A씨.

    이틀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집에서 의식을 잃고 어제 새벽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확진 결과는, 숨진 뒤에야 나왔습니다.

    A씨와 가족들이 처음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한 건 일주일 전.

    기침과 근육통으로 이비인후과를 다녀왔지만 차도가 없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A씨는 지난 25일 보건소를 찾았지만 검사해줄 수 없다는 답만 들었습니다.

    [A 씨 유족]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도 한 적이 있었다.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하니까 안 된대요. 신천지도 아니고, (중국 방문이나 확진자 접촉 등) 해당 상황이 안 되기 때문에 (검사가) 안 된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열이 안 나기 때문에 아마 (코로나19) 가능성이 없을 거예요'라고 하더라고요."

    진통제를 먹어가며 이틀을 더 보내자 열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다시 보건소로 갔지만 이번에도 '대기자가 많아 검사해줄 수 없다'며 "해열제를 먹든가, 아니면 대구의료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A씨는 간신히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아간 끝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 만입니다.

    병원에서 폐CT를 찍은 결과 폐렴 증상까지 나왔지만, 병원 측은 A 씨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A씨는 다음날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초기에 검사를 받았더라면, 그리고 입원을 했더라면 사망까진 이르지 않았을 거라며 분노했습니다.

    [A 씨 유족]
    "증상이 있으면 진료를 볼 수 있게 해주셔야 되는데, 신천지가 아니라고 (검사도) 못 보게 하니까… 이 사람들이 누구랑 접촉했는지도 모르면서… 저희 엄마 5일인가 4일 만에 돌아가셨어요."

    그러면서 신천지 교인이나 중국 방문자부터 검사해주는 건,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대구시는 폐렴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엔 검사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자가격리 중인 환자가 천 명이 넘는 상황에서 비슷한 비극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김종연/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
    "(감염 우려 때문에) 음압 병상에 입원시켜서 확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금 대구에 읍압 병상들은 꽉 차있는 상황입니다."

    어제 아내를 떠나보낸 A씨의 남편도 오늘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남편은 지난해 폐암 투병을 했던 기저 질환자이지만, 병상이 없어 아내처럼 자가격리 중입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 한보욱(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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