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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또 사고 또 사고…다른 쪽에선 '허탕'

한쪽에선 또 사고 또 사고…다른 쪽에선 '허탕'
입력 2020-03-02 20:06 | 수정 2020-03-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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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정부가 매일 공적 마스크 5백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긴 줄을 서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가하면 줄을 또 서서 몇번씩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혼란과 꼼수가 공존하는 이 공적 마스크 판매 방식을 보완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은 서울역에서도 마스크를 팔았습니다.

    이미 아침부터 네댓 시간씩 줄을 선 지 오래.

    동대문에서 온 80대 할아버지는 하도 빨아 해어진 마스크를 쓰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박철순]
    "이것도 줘 가지고.이게 꽤 오래된 거야. 한 15일?"

    열흘만에 구했다는 외국인도 만났습니다.

    [알베르토 멕시코인]
    "처음엔 아니었는데 이젠 사태가 심각해져서 구하러 왔습니다."

    오늘 준비된 물량은 2만장, 그런데 마스크를 사고 옷에 숨긴 뒤, 다시 줄을 서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말리는 사람도 없으니 사자마자 줄을 다시 서고, 심지어 여러 명이 조를 짜서 서너 번씩 사는 것도 목격됩니다.

    "1명당 5장만 살 수 있습니다."

    철도공사측에선 한 번 사간 사람을 구별하려고 스티커를 옷에 붙여주지만 떼버리면 그만입니다.

    [철도공사 관계자]
    "지금 고민 중인데 스톱(판매중지) 했다가."

    미안하고 민망한 일이지만, 이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언제 또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반복 구매자]
    "이거 가지고 쓰는데 모자라서. 그리고 근무시간이라 이 시간에 살 수가 없어요."

    며칠째 판매중인 농협과 읍면 우체국에도 기나긴 줄은 줄지 않았습니다.

    나한테까지 차례가 올 지 안 올지 모른채 무작정 서 있어야 하는, 대책없는 줄서기입니다.

    [정현분]
    "쓰러지겠어 쓰러지겠어. 마스크 3개 사려고 하다가. 이게 전장이에요."

    게다가 파는 곳도, 파는 시간도 매일 바뀌고, 번호표를 주는 곳도 있고 안 주는 곳도 있어 내일은 또 어딜 가야 하는지, 가면 얼마나 있을지 하루종일 인터넷 검색하고 뉴스도 보며 마스크와 숨바꼭질을 해야 합니다.

    [마스크 구매 시민]
    "너무 힘들어요. 벌써 내가 몇 번째 나온 거예요. 몇 번째. 토요일 날도 나오고 금요일 날도 나오고..."

    인터넷을 잘 모르는 노인들,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 일터에 발묶인 직장인들은 더더욱 방법이 없습니다.

    [최석순]
    "여기 농협에 돈 찾으러 왔다가, 이게 뭔가 그랬지. 그러니까 우리는 모르는 거야. 늙은이들은..."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일단 보이는대로 마스크를 사두는 심리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박상래]
    "몇 시간씩 기다리고 서 있던 사람들은 내일 와서 또 못하면 또 어떡할 거야."

    정부가 오늘 공급한 마스크는 588만장.

    물량 확보와 동시에 예측 가능한 공급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이향진, 나경운 / 편집: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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