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길게 늘어선 줄, 이렇게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진열대까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모습인데요,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을 도쿄 고현승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아침부터 마트 앞에 긴 줄이 생겼고, 문을 열자 일제히 화장실 휴지를 사러 몰려갑니다.
1인당 1개까지라고 써붙였지만, 3개, 5개씩 들고가면서 20분도 안돼 동이 났습니다.
[도쿄 주민]
"모두 사재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휴지가) 떨어지면 실제로 집에서 쓰는데 곤란하니까."
3천원이던 걸 6배 비싼 만 8천원에 팔아도 품절입니다.
휴지 도둑까지 나타나면서 공용화장실에선 휴지가 도난당했으니 각자 가져와 사용하라는 글이 붙었습니다.
휴지걸이를 자물쇠로 채워놓은 화장실도 생겼습니다.
중국이 마스크와 같은 소재로 만드는 화장지 수출을 중단할 거라는 가짜뉴스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화장지는 원료와 완제품이 대부분 국내 생산입니다. 재고도 충분하니 차분하게 행동해주시길 국민 여러분께 부탁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사재기는 쌀을 비롯해 라면 통조림 등 각종 식품류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재기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은 가짜뉴스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부족에 따른 불안감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인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정보제공이 불충분하고, 85%는 불안감까지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발표된 감염자수는 약 천명 정도지만, 전문가들은 제대로 검사하면 홋카이도만 하더라도 79명인 현재보다 12배나 많은 94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니시우라 히로시/홋카이도대 교수]
"홋카이도 내 감염 리스크라는 것에 대입하면 940명 정도가 됩니다."
미취학 시설은 정상운영하게 하면서 초중고교에 대해서만 휴교 조치를 내린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도 안 듣고 아베 총리가 독단으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사이토 요시타카/일본 입헌민주당 의원]
"학교보다도 좁은 시설에 많은 아이들을 맡긴다는 상황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부담을 이유로 3백여개 학교는 휴교를 거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 휴교가 가능한 긴급사태 선언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편 사망자가 늘고 있는 미국에서도 사재기가 나타나, 대형마트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물론 생필품까지 품절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 김진호(도쿄) / 영상편집: 김선천)
뉴스데스크
고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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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이어 휴지 사재기까지…불안에 떠는 日
마스크 이어 휴지 사재기까지…불안에 떠는 日
입력
2020-03-03 20:24
|
수정 2020-03-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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